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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5 18:08 수정 : 2005.09.05 18:14

왜냐면 재반론 - 곽면승·김재헌씨의 반론을 읽고

이런 트라우마를 야기한 군대에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너도 가라”니. 나는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진정 인간적이라고 믿으며, 병영 문화의 일상화를 막기 위해서 그 누구도 강제로 군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

암암리에 군대 면제를 받고 있는 ‘신의 아들’과는 달리 우리 ‘어둠의 자식들’은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군대에 끌려가고 있다. 물론,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수사에 덧칠되지만 도대체 가장 빛나는 때의 2년을 군대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어른들은 ‘군에 가야 사람(남자) 된다’고 말하고 실제로 남성은 어느정도 군복무 기간을 통해 성숙하기도 한다. 헌법 39조가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고 있으므로 군복무는 하나의 인간(국민)으로 승인받는 기간이며, 병역법 3조가 국방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국한하기에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우월감을 구체화해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부 여성주의자들과 지난 ‘왜냐면’ 기고자들이 ‘여성 의무 군복무’를 주장하는 것은 군대를 통해 남성성을 제대로 부여받는다는 남성들의 의식 저변과 국민이 되고 싶은 장애인/여성들을 배제하는 법조항의 모순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여성 의무 군복무’가 사회의 진정한 평등 실현이라고 비장하게 말하면서 군사주의 병폐와 동북아 평화구축 필요성, 그리고 징병제의 부적절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곽면승씨가 남성의 피해의식에 대해 실소하지만 나는 남성들의 피해의식이 실재한다고 본다. 문제는 이런 피해의식의 원인이 국가 강제와 군 생활의 부조리함에 있는데도 분단 상황과 국방 의무의 정당화가 효과적으로 이런 문제의식을 제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다수 남성들은 피해의 원인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나는 복무했는데 여성은 복무하지 않았다”는 피해의 불공평성으로 분노의 방향을 튼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군대 경험은 개인의 삶에 군사 문화를 재생산시키고 더 나아가 집단논리의 근간으로 자리잡아 왔다. 내가 복학 뒤 느낀 점은 대학 풍토가 군사 문화의 재탕이라는 것이었다. 선·후배의 뚜렷한 위계질서, 체육대회 때마다 부르는 군가, 얼차려, 집단 앞에 항상 유예되는 개인 인권 등이 그 사례다. 학교를 졸업하고 겪게 된 사회조직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내가 이성적으로 군사 문화를 아무리 비판한다 해도 나의 몸은 이미 그에 익숙해져 있고, 가끔은 이로 인해 자기분열을 경험하기도 한다. 군대는 나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무디게 했고, 집단주의의 익숙함과 검열, 반공 교육의 친숙함은 나를 체제 내 인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런 트라우마를 야기한 군대에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너도 가라”니. 나는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진정 인간적이라고 믿으며, 병영 문화의 일상화를 막기 위해서 그 누구도 강제로 군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동건/학벌 없는 사회 푸른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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