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2 17:30
수정 : 2005.09.02 17:30
왜냐면 - 반론 정혜교씨의 ‘여성 의무군복무 반대한다’를 읽고
여성의 의무복무제 주장의 저변에 깔린 인식을 남성의 사회적 피해의식으로 한정짓지 말자. 그보다는 남녀의 신체적 차이까지 인정하고 극복하는 인식의 전환의 계기로 삼는 것이 옳다.
우선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담론이 대두된 것 자체에 의미를 주고 싶다. 물론 일부 남성들에 의해 제기된 ‘군 가산점 폐지에 대한 막연한 반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성의 군 복무가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는 크다. 남녀를 가르는 기준 자체를 무너뜨리고 ‘인간’ 대 ‘인간’의 본격 평등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역사 과정에서 굳어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불평등과 차별, 불합리한 관행의 철퇴는 제도나 법적 장치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남과 여’가 아닌 ‘너와 나’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여성’이 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닌 ‘너도 가야 한다’로 의미를 주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의 신체적 특수성 때문에 여성의 군 복무는 현실적으로 부당하다는 견해는 또 다른 차별이자 편견일 수 있다. 더욱이 여성 자신도 신체적 특징으로 받아야 하는 혜택을 거부하는 운동을 이미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 다만 일방적인 신체적 차이의 불인정이 아닌 상대성을 인정한 충분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령 특수보직의 제한, 제반시설의 확충, 생리 휴무 혹은 휴식에 대한 인정이 그것들이다.
‘힘쓰는 일은 남성’이라는 관습법 역시 글자 그대로 관습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 문제는 바로 이러한 관습과 관행에 의해 고착화되었다. ‘이 일은 남자가 할 일, 저 일은 여자가 할 일’을 나누는 순간 남녀평등 시대는 멀어진다. 또한 헌법 11조에서 말하는 평등권은 ‘남과 여’의 평등이 아닌 ‘너와 나’의 평등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에서 성의 차이에 따른 성역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이 사회적 도움을 받는 것처럼 생득적 여성의 신체 한계를 인정하자고 했는데, 이는 범주의 오류이자 위험한 발상이다. 여성은 장애인이 아니다. 여성 의무복무제 주장의 저변에 깔린 인식을 남성의 사회적 피해의식으로 한정짓지 말자. 그보다는 남녀의 신체적 차이까지 인정하고 극복하는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는 것이 옳다. 실현 여부나 세계적인 군축 흐름과는 별개로 적극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담론으로서 여성 군 복무가 갖는 의미는 크다.
김재헌/한양대 안산캠퍼스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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