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26 19:04
수정 : 2005.08.26 19:05
왜냐면
노회찬 의원의 소위 ‘떡값 의혹 검사 실명공개’ 행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 쪽에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벗어나는 무책임한 태도이며, 통신비밀보호법과 형법 위반의 범죄행위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면책특권의 범위 내이며, 정당한 행위라며 반박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용기있는 과감한 결단’이라는 응원과 ‘경솔한 태도’라는 비난이 공존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또 표현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표현이 합당한 근거를 가진 것이라야 한다. 시민들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근거를 통해 판단하게 되므로 정보제공자의 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두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춰내어 상품화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은 폭로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엑스파일로부터 드러난 여러 가지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부합하며, 노의원의 공개행위도 기본적으로 이 같은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것은 노의원의 공개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적 의미이다.
법리적으로도 노의원의 공개행위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최종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노의원의 발언은 통신비밀보호법과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면책특권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 불법도청 내용의 공개행위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은 모든 공개행위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불법도청한 자’가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형사법의 유추·확장해석금지원칙에 부합하고, 이는 미국판례에서도 확인되는 법리이다. 명예훼손죄 역시 공개 내용의 공익적 중대성에 비춰볼 때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공표 내용이 객관적 사실이고, 개인의 사적 영역을 훼손하더라도 공표하는 것이 훨씬 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며, 공표자가 그 내용을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화된다는 것이 명예훼손죄의 법리이기 때문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통신비밀보호법위반과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노의원의 공개행위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적법한 것이 될 수 있다.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며, 국가권력(검찰)과 재벌간 유착관계라는 부패척결을 위한 공개행위는 국회의원의 업무상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공개행위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으로서 면책특권 범위 내에 있다면, 다른 법 위반을 따질 필요조차 없는 사안이다. 우리 법원은 과거 유성환의원의 보도자료 배포사건에서 공개회의시작 직전에 행한 발언이고, 보도의 편의를 위한 목적의 정당성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특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보도자료를 인터넷으로 배포했든 직접 배포했든 달리 볼 아무런 이유도 없다. 법원의 기준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도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법은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 노의원의 공개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런데도 의혹의 직접 당사자인 검찰이 처벌의 칼을 쳐든다면, 상식으로 법을 이해하는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을까.
송호창/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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