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9 17:04
수정 : 2005.08.21 00:58
왜냐면, 재반론-김정민님의 ‘대한민국 10대 꿈은 없다’를 읽고
우리는 본래 기계가 아니다. 그런데 잘못된 교육이 우리를 기계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를 진정 기계로 만드는 것은 그런 교육을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이다.
전혁님 글의 ‘학교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것으로 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표현은 분명히 현실을 담고 있다. 현재의 학교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찍어내는 생산라인을 지향하고 있다. 답만 찾게 만드는 교육 때문에, 민주주의문화도 토론문화도 사랑도 사회 경험도 무시하는 교육체제 때문에 학생들은 일상적 파시즘에 물든 채 순종하는 기계가 되어 세상에 나온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사람 된’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야 말로만 듣던 자유, 민주주의, 사회현실 등을 직접 체험하며 다시 삶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과거 운동권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던 것은 입시교육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었다는 설명도 있을 정도다. 요즘에는 대기업 취업용 공부나 고시공부에만 매달려 사람 되는 걸 늦추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교육에 문제는 많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문제가 많은 교육체제이기 때문인지 구멍도 많고 틈도 많다는 점이다. 학교는 공장을 지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공장도 되지 못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인용하자면 무신론자들에게 종교를 가르치려드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체제의 구멍들은 요즘 들어 전보다 더 많아졌다. 일류 대학 나오는 게 행복의 길이라고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은연중에 말하고 있지만 이십대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의 시대에 그 말을 전적으로 믿는 학생도 드물다.
김정민님 말대로 교육체제 안에 있기만 해서는 진정한 꿈을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사회가 강요한 꿈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체제 여기저기에 나있는 구멍으로 그 밖을 내다보면 희망은 보인다. 그리고 그 밖에서 흘러 들어온 빛이 학교 안에도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올해 5월의 열기를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나도 대한민국 고3이지만 학교 밖으로 눈을 돌려서 여러 인권활동가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8월에는 전주에서 학생인권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는 본래 기계가 아니다. 그런데 잘못된 교육이 우리를 기계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를 진정 기계로 만드는 것은 그런 교육을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거부하고 그 틈새를 공략하면 적어도 지금의 실패한 교육은 우리를 모두 기계로 만들 수는 없다. 문제 하나 맞고 안 맞고가 삶을 좌우한다고 떠들어대는 것이 실패한 교육의 거짓말임을 우리 모두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이제 틈새로 숨을 쉬자. 바깥 세상에 손을 뻗자. 그 메마른 시멘트 틈새 한 줌 흙에서 싹트는 민들레꽃 같은 꿈을 찾자. 교육체제의 틈새에서, 행동하는 세대가 되자. 유윤종/전북지역청소년인권모임 상산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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