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2 17:33
수정 : 2005.08.12 17:35
왜냐면
북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고리로 제시된 대북 전력지원을 위해서도, 또한 전력생산의 1/3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원자력 농축 재처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평화적 핵주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라가 온통 불법 도청사건에 휩싸여 있는 동안 정작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6자회담이 어렵게 열렸으나 국민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더구나 어렵게 열린 6자회담이 성과를 낼 듯하다 막판에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휴회에 들어가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북핵문제가 남북관계의 걸림돌이자 한미동맹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핵해결의 지연은 심히 유감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으며, 당사국들이 하루 속히 의견 차이를 불식하고 핵문제 타결을 도출해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럼에도 이번 제4차 6자회담 과정에서 제기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문제는 정부와 국민이 더욱 면밀한 주의를 가져야 할 복잡한 사안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싶다. 동 회담에서 북한은 핵포기가 합의되는 경우 그 범위를 ‘군사적 핵이용’에 국한되어야 하며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포괄적 핵포기를 요구하면서 ‘모든 핵활동이 포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 핵확산방지조약(NPT)의 회원국이면서도 몰래 플루토늄을 생산했고, 1992년 봄 IAEA의 사찰을 수용했을 때에도 플루토늄 생산량을 보고하지 않아 핵위기를 유발한 바 있다. 1994년 제네바 핵합의 이후에도 북한은 우라늄 농축을 추진한다는 의혹을 사면서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여 미국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렇듯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핵무기 제조 이외의 목적으로 운용되는 재처리, 농축시설이 핵무기 개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따라서 북한의 모든 원자력 활동을 포기시키기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은 이해할만한 것이나 그럼에도 이러한 발상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합의의 상대편인 북한이 노골적으로 위배하고 공공연하게 ‘핵보유’를 선언하고 재처리 시설을 재가동한 마당에 한국이 언제까지 이를 일방적으로 준수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주권국의 체면에 관한 당면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공동선언 체제가 한국에게 강요하는 경제적, 기술적 손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이미 20기의 상용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는 원자력대국이며 핵연료의 국산화와 사용된 핵연료의 재활용 및 환경 친화적 처리를 위해 농축과 재처리가 시급한 형편에 있다. 그럼에도 농축과 재처리가 금지된 한국은 농축된 우라늄을 수입해야 하며, 매년 수백 톤씩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spent fuel)를 처리하지 못한 채 저장시설 확보를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세계의 어떤 비핵지대도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곳이 없으며 1967년 비핵을 천명한 일본도 세계 굴지의 농축시설과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있어 최첨단 선진국이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991년도 비핵화공동선언이 한반도에 장기적으로 정착되어야 할 비핵장치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정부와 국민은 보다 장기적이고 정교한 안목을 가지고 북한의 ‘핵의 평화적 이용’ 주장에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위협 제거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주장이 수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북한이 신뢰할만한 자세로 즉시 핵확신방지조약(NPT)체제 복귀를 통한 핵사찰과 핵무기개발 감시 체제가 구축된다면 북한에게도 평화적 핵이용권이 보장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북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고리로 제시된 대북 전력지원을 위해서도, 또한 전력생산의 1/3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원자력 농축 재처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평화적 핵주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참여국들도 이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자국 이기주의적 접근을 배제하고 장기적 차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배려하는 자세로 임해야 마땅하다. “북핵 위협 제거를 위해 한반도내 모든 핵활동이 금지되어야 한다”라는 식의 단순논리만으로는 한국의 신뢰하는 이웃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도 북핵문제의 해결에만 집착하여 농축 재처리 포기라는 절름발이 원자력 정책을 고수한다면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국가이익에 막대한 손상을 줄 수 있음을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남북은 3주의 휴회 기간 동안 민족적 관점에서 평화적 핵주권을 되찾기 위한 최상에 방안을 도출해 줄 것을 촉구한다.
권오을/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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