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2 17:25
수정 : 2005.08.12 17:37
왜냐면, 반론-전혁군의 ‘대한민국 고3임을 거부하고 싶다’ 를 읽고
힘을 합쳐서 저항한다면 상황은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단순히 고3임을 거부하는 데서 그친다면 미래에도 우리나라 교육은 아무 것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또 다시 우리의 자녀들이 목을 매다는 안타까운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같은 고3 학생으로서 전혁 학생의 글은 마음 깊숙히 와 닿았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원자재가 좋지 않으면 좋은 물건을 만들기 어렵다”며, 학생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아니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내비쳤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조차 학생을 원자재로 여기는 이 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위해 교육 받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전혁 학생 말대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기계가 아니면 안 되는 너무나 나약한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계이길 거부하는 방법이 자퇴, 자살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계임을 인정하면서도 거부하는 운동, 우리가 나서서 교육개혁 운동을 하면 된다.
나는 고통받고 있는 고등학생이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서 ‘학벌없는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교육 문제의 핵심은 ‘대학서열화’에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평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단체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등학생은 나 하나뿐이다. 물론 고등학생으로서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어찌 보면, 현실화되기 어려운 ‘대학평준화’를 위해 애쓰는 것이 속절없는 모험일 수 있다. 얼마 후면 나 또한 수능을 치러야 하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무시당할 것이며, 아무리 대학평준화를 외친다 해도 그 외치는 사람이 명문대생이 아닌 이상,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 친구, 자기가 좋은 대학 못가니까 저러는 거 아니냐.” 이렇게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차라리 기계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이 솔직한 모습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피해자이기에 교육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저항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힘을 합쳐서 저항한다면 상황은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단순히 고3임을 거부하는 데서 그친다면 미래에도 우리나라 교육은 아무 것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또 다시 우리의 자녀들이 목을 매다는 안타까운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하정음/학벌없는 사회 글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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