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나는 왜 기계로 만들어져야 되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마 내가 받는 교육을 책임지는 곳의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인적자원부. 아, 나는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석유·석탄 같은 자원이었구나!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고3년 학생이다. 그러나 늘 고3이길 거부하려 애쓴다. 아니,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길 거부하고 싶다. 왜? 12년째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해가 갈수록 깊어만 가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내가 받고 있는 이 교육은 무엇을 위해 행해지는 것일까?’라는 물음이다. 고민 끝에 한가지 답을 찾았다. ‘기계 만들기’다. 대한민국에서 내가 받고 있는 교육은 국·영·수, 기타 몇가지 과목의 문제를 잘 푸는 기계를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얼마 전까지 언어영역 점수(특히 시나 소설)가 좋지 않았다. 왠지 궁금했다. 수업시간에 문학 감상은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나는 내 나름의 생각으로 답을 골랐다. 그러나 그러한 답들은 대개 오답이었다. 나의 사고가 문제가 요구하는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란다. 문제는 한가지 사고만을 강요하니까. 그런데, 그러한 사고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웬만한 소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 문제 하나가 내 평생을 좌우한다고 주위에서 떠들어대는데 어느 누가 감히 문제가 요구하는 사고를 거역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도 지금은 기계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계가 될 수 없는 친구들은 어쩌지? 그러한 친구들은 선택을 할 것이다. 일류 기계는 못 되더라도 억지로 삼류라도 기계로 남든가, 아니면 기계이길 거부하겠지. 그리고 거부는 학교를 때려치운다든지, 극단적으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세상에 드러내놓겠지. 그러고 보니 내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옥상에서, 누군가는 목을 매고 …. 누군가는 그들을 비난한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할 자격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나는 오히려 그들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들은 기계이길 거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방식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기계 만들기’에 가장 주된 이유로 내세워지는 것이 경쟁력이다. 그런데 과연 기계가 경쟁력이 있을까? 기계는 아무리 잘나봐야 그것을 다룰 줄 아는 사람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한다. 유럽의 내 또래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대화 상대가 될 수 있을까?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와 답안을 보니 상대도 안 될 것 같다. 나는 왜 기계로 만들어져야 되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마 내가 받는 교육을 책임지는 곳의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인적자원부. 아, 나는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석유·석탄 같은 자원이었구나!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내가 고등학생이길 거부하고 싶은 이유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쓸모 없는 물음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 시간이 아깝다!전혁/대전외국어 고등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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