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정부와 자본은 우리에게 수많은 억압을 가하고 있지만 나는 이 세상 어디에서든 ‘평화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내 생애 마지막 1초가 주어진다면 나는 알라신과 이땅의 모든 고통받은 이들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데 쓸 것입니다. 지난 5월13일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새벽 1시쯤 뚝섬역에 내려서 5번 출구로 가는 길에 갑자기 짐승 같은 사람들이 달려와서 억지로 나의 손에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차에 태웠습니다. 나는 그들이 나를 마치 정글에서 탈출한 맹수 취급하면서 잡아들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날 밤에 나를 바로 청주 외국인보호소로 데리고 갔습니다. 새벽에 작정하고 나를 표적단속을 하였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인권탄압이 있었다는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습니다. 이에 백성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 청주로 직접 찾아와 진정내용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진정을 넣은 지 벌써 많은 날이 흘렀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아직도 아무런 답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곧 ‘답을 내겠다’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곳 보호소에서 지내면서 건강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하고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위험한 상황으로 몸무게가 거의 7kg 정도나 빠진 상황입니다. 왜 나를 석방하지 않는지 …. 나는 또 몇 가지 법을 근거로 석방 탄원을 한국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탄원을 제출한 지 벌써 80여일이 지났지만 아무런 답이 없고, 언제 답이 나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나를 하루라도 앞당겨 방글라데시로 강제 추방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방글라데시 정부에 내가 테러리스트 활동을 했다는 거짓 문서를 꾸며 보내기도 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 내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조사를 위해 6월25일 자정이 넘은 시각에 경찰이 내 나라 고향집을 방문하였고, 학교 이력에 관련된 문서와 학생운동 시절 활동 등 관련 문서들을 압수했습니다. 경찰은 내가 이슬람 테러조직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고향 동네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6월25일, 그날은 어머니 기일이어서 가족과 친인척들이 모두 집에 모여 있었는데, 경찰이 조사를 이유로 들이닥쳐 가족과 친인척들이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왜 내 가족들이 경찰들에게 시달려야 합니까? 너무도 가슴아픈 일입니다. 나는 42만 이주 노동자의 권리와 그들이 처한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 사회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의 모든 활동은 당당합니다. 이것은 누구의 눈치를 보며 숨어서 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내 활동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나는 감히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데 왜 내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겁니까? 나는 투쟁의 힘을 믿습니다. 내 피 속에는 ‘해방’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나는 평화를 염원하기 때문에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음모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 내가 방글라데시에 태어난 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닙니다. 나는 방글라데시인이기 이전에 이 세계의 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든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또 내가 당하고 있는 억압과 고통에 대해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정부와 자본이 계속해서 우리 노동자들에게 쇠사슬을 채우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 세계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본이 법을 이용해 우리들을 탄압한다면 우린 그 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이땅의 모든 이주 노동자들이 풀려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정부와 자본은 우리에게 수많은 억압을 가하고 있지만 나는 이 세상 어디에서든 ‘평화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내 생애 마지막 1초가 주어진다면 나는 알라신과 이땅의 모든 고통받은 이들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데 쓸 것입니다. 모하메드 아노아르 후세인/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청주 외국인보호소 수용중 2005년 7월29일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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