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06 19:26
수정 : 2012.08.06 19:26
7월 31일치 왜냐면 ‘원전 사후처리비용 투명하다’를 읽고
미국의 저명한 듀크대 블랙번 교수 등은 미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핵발전 원가가 2010년 이후 태양광발전 원가보다 더 비싸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 태양광발전의 원가는 꾸준히 하락하고 핵발전 단가는 꾸준히 상승하여 2010년에 ‘역사적인 교차점’을 지났다는 보고였다. 한편 한국 정부는 핵발전 단가를 37~39원으로 발표한 바 있고, 태양광발전 단가는 그 15배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필자는 그 답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약 25년간 전세계의 핵발전소 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태양광발전은 매년 50% 이상의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어떻게 15배 이상 비싼 태양광발전은 급성장을 하고 15배나 값이 싼 핵발전은 25년간 제로성장을 했을까?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핵발전 단가에는 발전소 폐쇄비용과 핵폐기물 관리비용, 그리고 사고 발생시 처리비용과 보험료 등이 포함돼야 한다.(또한 양수발전소 운영비용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비용들은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 상당히 힘든 모양이다. 나라마다 그 비용들이 굉장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10배 이상 차이 나는 데이터들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 정부도 이런 사후처리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고봉진 한국수력원자력 성장동력팀장에 의하면 지난해 원자력발전의 원가는 37.58원이었으며, 이 중 18.8%에 해당하는 7.07원이 사후처리비용으로 원가에 포함됐다고 한다. 이 숫자를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먼저 이 7.07원 안에 포함됐을 것으로 기대되는 핵발전소 폐쇄비용부터 생각해보자. 정부는 한기당 폐로비용을 325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현재 해체계획서도 작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한 이 비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참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건설시점에 해체계획서를 작성하고 운영 도중에 이를 수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한수원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두번째로 사후처리비용 중 핵폐기물 관리비용을 생각해보자. 잘 알려진 바대로 전세계에 고준위핵폐기장은 아직 한군데도 없다. 즉 핵폐기물 관리비용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셈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아직 고준위핵폐기장을 어떤 방식으로 건설할 것인지도 논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폐기물 처리비용을 산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세번째로 사고 발생시 처리비용이다. 이 비용은 그야말로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비용이다. 사고의 규모에 따라서 수천배의 차이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정한 7.07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미약한 근거로 추정한 핵발전소 사후처리비용은 필자로서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비용은 실제로 해봐야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 경주방폐장의 경우에도 애초에 생각했던 1조5000억원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다. 정확한 비용은 공사가 끝나야 나올 것이다. 핵발전소의 폐쇄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고리 1호기를 폐쇄해봐야 정확한 비용이 나올 것이다. 아마도 현재 추정하고 있는 비용과 엄청난 차이가 나지 않을까 짐작된다. 필자는 고리 1호기를 폐쇄하면 핵발전소 폐쇄비용이 실제로 드러날 것이고, 이 경우 그동안 주장했던 핵발전 단가가 허구였음이 드러나게 될 것을 정부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짐작하는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고리 1호기가 영원히 폐쇄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모든 일을 추진하는 것 같다. 수명이 지났는데도 해체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고, 해체비용도 부채로 적립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장 건설에 관해서는 공식적인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뒷감당을 어찌할 것인지 궁금하다.
한수원은 이제 고리 1호기 폐쇄를 고려해야 한다. 해체계획서도 작성하고 비용도 ‘현실적으로 계산해서 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이번에 재가동이 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길이 아니겠는가?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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