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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06 19:25 수정 : 2012.08.06 19:25

한강에 나가 보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다른 자전거도로와 달리 넘쳐나는 자전거족들로 자전거도로가 비좁을 정도다. 특히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중에는 빠른 속도로 페달을 밟는 사람이 많은데, 이 때문에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자전거 사고의 상당수는 한강에서 일어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에 위협을 느낀 사람들 가운데는 자전거 속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는 많은 젊은이들은 평상시 습관대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주행 중에 휴대전화까지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 사고도 늘 수밖에 없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전거 속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최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자전거 이용자의 음주 금지와 자전거도로에서의 과속 금지 등이 개정안의 주요 뼈대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자동차의 속도를 규제하는 것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운전자의 반응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속도가 올라가면 사고의 확률도 올라간다. 또 사고가 났을 때 위험이 급격히 올라가 사망사고의 확률도 높아진다. 시속 50㎞ 이상에서는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도시에서의 속도 규제를 시속 50㎞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도 속도가 올라가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호 장치가 부족한 자전거는 더더욱 위험해진다.

그렇다면 자전거의 운행속도를 규제해야 할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운전 중 자신의 속도를 알 수 있는 자동차 운전자와 달리 자전거 이용자는 자신의 속도를 모른다. 자전거에는 속도계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속도를 모르는데 단속을 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단속을 하려면 먼저 속도계를 자전거마다 장착해야 할 텐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실제로 자전거 선진국인 유럽 어디에도 속도 규제를 이런 식으로 하는 나라는 없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자전거의 평균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자전거를 빠른 속도로 몰 수 있으면, 보다 먼 거리까지 편리하게 출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자전거 나라라는 네덜란드나 덴마크에서는 예전 자전거의 평균 운행속도가 시속 20㎞ 정도였다면, 이젠 30㎞ 정도에 이르고 있다. 시민들이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진 것도 원인이지만, 도로를 잘 만들고 중간에 교차로를 최소화하여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한 결과다.

규정은 선언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개정안에 자전거 음주 금지 규정과 함께 자전거 과속 금지 규정을 넣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더 중요한 것은 홍보를 통해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바뀌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본다. 자전거의 사망위험도가 자동차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알리고 스스로 조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속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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