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시민정치와 만난 ‘정치인(?) 안철수’ |
이영훈 좋은정치시민넷 대표
“국민의 판단에 따르겠다.”
<에스비에스>(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뜻이다. 소통과 합의의 정신을 중시하면서 그 중심에 설 만한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많은 지지자들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에 닿아 있는지,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국민과의 소통 속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고 했으니 이미 마음의 정리는 끝난 듯하다.
뜻이 이러하니 이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이 보여 달라는 것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쓴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내용에 공감하는지, 조금 차이가 있더라도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며 소통하는 힘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말이다. 한마디로 준비되어 있으니 한번 해 보자는 것 아닌가.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지지자들은 무엇으로 화답해야 하는가.
많은 생각들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를 믿는가’였다. 언론이나 시중에 떠도는 이름이 아니라, 최소한 한 표를 행사하는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고 지지하겠는가라는 물음이다.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갈 것이다. 가치와 대의에 한 마음 보탤 정도의 신뢰가 있는가. 소통과 공감을 강조했는데 누구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가. 대부분의 정치지도자들이 말 따로 행동 따로인데 안 원장은 밝힌 바대로 책임지고 노력할 것인가. 문국현과는 또 어떻게 다른가.
<안철수의 생각>을 읽으며 참 많은 공감을 했다. 무엇보다 크게 와 닿은 점은 “나는 상식파”라고 했던 부분이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를 따지기에 앞서 상식과 합리성을 상실한 어처구니없는 사회이지 않은가. 상식과 합리성을 회복하고서야 보수든 진보든 제 모습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소통과 합의의 지도력이 필요하고 진영논리에 갇히면 안 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택했다면 또다른 한 명의 보수인사, 진보인사로 평가절하 되었을 것이고 남다를 것도 없었을 것이다.
한 사람을 대통령 만드는 것으로 이번 대선을 보고 안철수 원장을 생각한다면 너무 근시안적이지 않을까. 대통령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정치풍토를 통해서 국정과 정치가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통령이라도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권력이 아니라 시민모두의 권력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유력 정치인 위주의 수직 계열화된 정당구조로는 엘리트 정치의 폐단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래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으로 정치기반을 삼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요구가 아닌 공적 사명감과 헌신으로 살아온 사람들을 정치의 중심으로 세워가야 한다.
소수의 권한과 특혜로 끝나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고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는 시민정치, 시민집권시대를 꿈꾸는 ‘안철수 원장’이었으면 한다. 최소한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정치인 안철수’는 조금 남달랐으면 한다. 시작이 다른 것처럼 과정도 다르고, 강조하고 챙기는 내용도 달랐으면 한다. 한여름밤의 꿈일지 모르지만 작은 도시에 사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국민콘서트’를 통해 지역별로 시민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또다른 시간에는 그 지역에서 공적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과 전국 현안은 물론, 지역 현안과 사람, 조직, 선거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들. 선거 이후에도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싹을 만들고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들. 지역이 모여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중심을 세우는 사람과 조직의 민주주의 말이다.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대선과 ‘안철수의 행보’가 그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수의 정치인이 이끌어 가는 정치는 이제 감동을 주기 힘들다. 좋은 결과도 만들기 어렵게 되었다. 시대의 흐름은 시민의 정치참여에 있다. 시민정치의 도도한 흐름을 만드는 길에 서 있는 ‘정치인 안철수’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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