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우리밀 산업을 지켜 주세요 |
송동흠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
제2의 주식이 된 우리밀 산업이 재고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간 소비량은 2만t 남짓인데,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재고가 6만3000t(올 수확분 포함)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류산업협회가 재고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는 모습은 감사한 일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가 군 급식에 우리밀을 이용하기 위한 내년 예산 마련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밀 산업의 발전은 당면 재고의 해결이나 군 급식의 우리밀 이용 등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과잉재고 발생이 국민들의 안정적이고 자발적인 우리밀 소비 부진 때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 진작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충분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밀은 쌀·보리와 달리 가공제품 그리고 외식을 통해 주로 소비된다. 소비자의 선택에 앞서 제2차 가공기업이나 외식업체가 원료농산물로 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금 시점에서 수입밀보다 가격이 3배나 높은 우리밀의 가격부담 해소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는 전국 도처의 사업체, 식도락 업체들이 안전한 먹을거리, 지역농산물 활용 그리고 품질 등을 고려해 우리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이다.
근래 우리밀 산업계에서 제안하고 있는 ‘공익형 직접지불제’가 바로 이런 취지를 담은 것이다.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면서 가공업자에게는 원료 곡물의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식량안보와 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 제시 품목별 자급률 목표 등과 관련해서 밀뿐만 아니라 쌀·보리·옥수수·콩까지를 포괄해 품목별 세부 계획을 세워가자는 제안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이 자리를 잡는다면 현재 가격 경쟁에서 원료 농산물로 활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은 해소될 수 있다. 정책당국의 좀더 적극적인 검토를 기대해본다.
새 정책이 한순간에 도입될 수는 없다. 정책 도입에 앞서 국민들도 우리밀에 대한 애정으로 평소 소비 진작에 더 적극성을 보일 때다. 새로운 정책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밀 산업은 현재 국민들의 동참을 충분히 소화할 만큼 성숙해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70~80개나 소비하는 라면의 주원료를 우리밀로 바꾸기만 해도 밀 자급률은 25%를 넘게 된다. 우리밀 사업체들이 노력한 결과 현재 수입밀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이 우리밀로도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품질과 맛에서 결코 손색없는 제품들이다.
우리밀이 비싸서 부담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밀 최종 제품 가격은 원료 농산물 대비 가격차만큼 크지 않다. 짜장면 한 그릇의 우리밀과 수입밀 가격차가 187원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의지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웬만한 대형할인점에서 우리밀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도 개선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보다 우리밀 산업 발전에 더 큰 밑천은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