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11 19:33
수정 : 2012.07.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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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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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서는 고리 1호기 폐쇄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부산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다. 1978년 처음으로 상업발전을 개시한 이래 35년째 가동되고 있다. 4년 전에 30년이었던 수명을 10년 연장하여 현재까지 가동되고 있다. 최근에 부품 납품비리 사건으로 5명이 기소되었고, 노심용융(원자로 온도가 상승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가능한 심각한 사고가 한달간 은폐되기도 했다. 노후화된 이 핵발전소의 폐쇄는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보인다. 비리 사건과 짝퉁부품 논란이 있었고, 최근 고장이 잦고, 이에 따라 여론이 매우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여론이 좋지 않음에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의 폐쇄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사용후 핵연료는 소위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전세계에 이 폐기물을 저장할 장소는 하나도 없다. 핀란드가 지하 1000m에 고준위핵폐기장을 건설중이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성이 확보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가능할까? 세계의 이목이 핀란드에 집중되는 이유다. 10만년이란 기간을 생각해보자. 우리의 3000세대 후손이 사는 시간이다. 또한 거슬러 올라가면 구석기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는 시간이다. 현생인류가 태어났다는 시점이 바로 10만년 전인 것이다. 기껏해야 수십년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이렇게 장구한 세월 동안 비용을 들여 보관해야 하는 핵쓰레기를 생산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폐쇄된 핵발전소 격납 건물은 콘크리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건설폐기물로 처리하기가 불가능하다. 그 큰 덩어리 전체가 핵폐기물, 즉 중저준위 핵폐기물이기 때문이다. 모두 제대로 처리되어 경주 핵폐기장으로 들어와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은 정부의 주장대로 원자력 발전의 원가가 싸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그만큼의 차액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핵발전소의 원가에 계산되지 않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 ‘사후처리비’다. 이 사후처리비에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과 사용후 핵발전소 폐쇄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고리 1호기가 폐쇄되면 어쩔 수 없이 이 사후처리비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원자로 안에 들어 있는 핵연료 처리 과정과 폐쇄된 핵발전소 격납건물의 처리 과정 또한 드러나게 돼 있다. 또 이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들이 계산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후처리비가 실제 있는 그대로 계산되어 국민들 앞에 공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정부가 주장했던 핵발전의 원가가 크게 잘못된 것이었음이 입증될 것이고, 정부와 핵산업계의 중대한 거짓말, 즉 “핵발전은 원가가 싸다”는 거짓말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핵산업계가 당연해 보이는 고리 1호기의 폐쇄를 극구 피하려 하는 이유에는 바로 이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비용과 격납건물을 포함한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비용 등 원전의 사후처리비가 국민들 앞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전체 전기의 고작 1%를 생산하는 고리 1호기 폐쇄를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인 것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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