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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1 18:12 수정 : 2005.08.01 18:13

왜냐면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이양 및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주장했고,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는 실질적으로 대연정보다 더 원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의 동거정부의 예와 우리의 지역구도 타파 등을 이유로 들었으며 헌법정신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제도는 꼭 고치고 싶다고 했다. 국민들은 언젠가 동의하게 될 것이고, 이것에 거역하는 정치인은 앞으로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 학계와 시민단체는 국민이 준 권력은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이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중점으로 비판하고, 또한 선거를 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리고 대통령제 헌법 아래서 사실상의 내각제 운영은 헌법 개정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합의 유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란 자유, 평등의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관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정치적 공간 속에서 이루어진 합의는 곧 정치적 힘을 구성한다. 합의는 관용의 산물로서 각기 다른 가치 주장의 조정으로 존중받게 된다. 설령 다른 주장을 했던 사람이더라도 그것에 승복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 민주정치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생기는 정치적 힘은 민주정치 아래서는 ‘주어지는’ 것이다. 자기만의 힘으로 정치적 힘을 얻을 수 없다. 또한 그것은 오로지 정치 구성원들의 다른 합의에 의해서 부여된 정치적 힘에 의해서만 전복될 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우리는 민주적 선거제도 아래 합의를 도출했으며 이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가지는 힘은 ‘주어진’ 것이다. 그가 남에게 줄 수 있는 물건 같은 것이 아니다. 민주정치 공간 아래서 대통령의 가치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이며 이는 지지자들의 가치 성취만이 아니라 반대자들의 승복과 희생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선거제도의 민주성에 기인한 정치적 힘의 정당성인바, 대통령은 자의적으로 그 ‘주어진’ 권력을 다른 이에게 이양할 수 없다. 그리고 “정권을 포기해서라도”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 힘의 속성에 대한 대통령의 착각이며, 정치적 힘을 이룬 정치 구성원들에 대한 배반이다.

노 대통령이 연정 등을 구상하는 이유인 지역주의 타파 등은 제도 개혁의 정책을 통해서 할 일이다. 대통령에게는 ‘주어진’ 정치적 힘이 있다. 이 힘을 바탕으로 우량의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나는 대통령이 좀더 순수해졌으면 한다. 정치환경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직하게 정책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때 그곳에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져 더 강한 정치적 힘이 부여될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정치적 힘을 이양하고 정책이 다른 정당을 엮어가면서 하는 2차적 정치보다는, 대통령 자신의 힘을 믿고 정책을 추진하며, 비판세력을 배척과 방해의 대상이라 여기기보다는 조화될 수 있는 힘이라 믿고 포용하는 그런 1차적 정치를 하기 바란다.

이성범/대학생·성균관대학교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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