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1 18:07
수정 : 2005.08.01 18:11
왜냐면
지자체는 부안주민자치센터를 점검하고 공문을 보냄으로써 지자체한테서 한푼의 보조금도 받지 않는 순수 민간단체의 운영현황을 점검했다. 부안군은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다.
부안군은 최근 부안자활후견기관에 ‘부안자활후견기관 변경 지정에 따른 지자체 운영계획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부안자활후견기관의 모기관인 부안주민자치센터가 자활후견기관 운영에 지도·감독·지원 실적이 전혀 없으며, 지정기관으로서 책임능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부안군이 일정기간 직접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언뜻 타당한 행정조처인 듯하나 앞뒤 맥락을 보면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부안자활후견기관은 현재 140여명의 자활지원 사업 참여자가 자활공동체 3곳과 자활근로사업단 10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수익적립금이 2억8천만원에 이르는 등 성실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어 2004년에는 전국 상위 1%의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부안자활후견기관의 이러한 성과는 인구 1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지자체의 자활후견기관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2001년 지정 이래 지방자치단체의 비상식적 행정조처가 계속되어 왔음에도 자활지원 사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는 데 있다.
부안군은 2001년 하반기 내내 특별한 이유 없이 자활지원 사업과 관련한 예산 집행을 거부하며 고영조 당시 자활후견기관장(전 부안반핵대책위 대변인)의 교체를 요구해 왔다. 터무니없는 요구이지만, 고 관장은 무엇보다 자활지원 사업이 제대로 수행되어야 한다며, 2002년 1월 사임했다. 그렇다고 별로 나아진 것도 아니다. 유두희 부안자활후견기관 관장 말로는, 그 이후로도 예산이 제대로 집행된 적이 별로 없다고 한다. 예산의 대부분을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지자체는 극히 일부만 책임질 뿐인데도 지자체가 횡포를 부린 것이다. 심지어 유 관장은 개인적으로 핵폐기장 유치에 반대하지만 부안군의 강요로 원전 견학을 두 차례나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활지원 사업에 차질을 빚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최근 부안군이 자활후견기관을 변경지정하고 직접 운영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것도 그 일정을 보면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7월13일에 부안자활후견기관의 모기관인 ‘부안주민자치센터’를 점검하고 7월18일에 위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 행정조처만으로도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지자체가 지자체한테서 한푼의 보조금도 받지 않는 순수 민간단체의 운영현황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자활후견기관이라면 정부한테서 보조를 받아서 운영되기 때문에 지도점검과 감사의 대상이 되겠지만 부안주민자치센터는 순수 민간단체다. 결국 부안군은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을 저지른 것이다.
둘째, 부안군은 지금 부안주민자치센터가 운영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활후견기관을 보건복지부가 지정할 때는 해당 자치단체의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 부안군은 이미 2001년에 부안주민자치센터가 자활지원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자치단체 추천서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부안군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이다.
셋째, 자활후견기관을 변경하려면 모기관이 지정서를 반납해야 하는데 부안주민자치센터는 지정서를 반납한 적이 없다. 곧, 변경지정 계획은 부안군의 일방적 횡포가 된다.
이런 행정조처 외에 부안군은 위의 공문을 발송한 직후 부안자활후견기관의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일하는 자활지원 사업 참여자 대표들을 군청으로 불러 부안자활후견기관이 위의 조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이상 자활지원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부안군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자활지원 사업 참여자들을 볼모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활지원 사업은 무엇보다도 지자체의 협력과 관심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부안군은 협력은커녕 지속적으로 비상식적 행정조처를 자행하고 있다. 부안군이 하루빨리 비상식적 조처를 중단하기를 바란다.
김정원/전주자활후견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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