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시골에 학교마저 없어지면… |
나연자 교사·전남 목포시 옥암동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60명이다. 무안군에서 가장 작은 중학교다. 피시방이나 학원이 한군데도 없다.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학교 외에는 없다. 남학생들의 경우 시간이 날 때마다 전 학년이 어우러져 야구나 축구를 한다. 여학생들은 학교가 끝난 뒤 자전거를 타고 논다. 길거리에서 타면 교통사고 위험이 있으니 학교에서만 타라고 당부할 뿐 다른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맡은 반은 2학년으로 여학생 열둘에 남학생이 넷이다. 청소시간이면 학생 수에 비해 학교가 넓어 두명씩 교실 청소를 한다. 다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쓸고 닦고 쓰레기를 비운다. 운동도 좋아한다. 체육시간이면 쉬는 시간부터 나가 운동장을 돈다. 나는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체육시간이면 어떻게 편해볼까 선생님이 보는 것 같지 않으면 꾀를 내고 놀기만 했다. 지금도 운동이라면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 반은 그렇지 않다.
지난 5월에는 수련회가 있었다.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3학급인데도, 우리 반은 장기자랑 준비한다며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여학생들은 춤 연습을 하고 남학생들은 노래 연습에 열을 올렸다. 담임이 참견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옷도 준비하고 신발도 맞췄다.
경시대회나 탐구 대회 등을 할 때 다른 학교에서는 잘하는 애들만 뽑아서 하는데 우리 학교는 수가 적기 때문에 전교생이 한다. 불만이 있을 법한데 잘하건 못하건 싫은 내색 하는 학생들이 없다. 상도 다양하고 상품도 많이 받는다. 용돈을 풍족히 받는 학생들이 거의 없어 상품권을 받으면 그것으로 필요한 것들을 산다.
학생 수가 적으니 좋은 점이 많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없어질 것이 뻔하다. 자유무역협정(FTA)이니 하면서 농어촌에 사는 분들에게 삶의 의욕을 있는 대로 꺾어놓더니,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고 말은 하면서 학교까지 없애려 한다. 학교가 없어지면 이곳에서 함께 어울려 뛰놀고 공부하던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학교와 아이들이 사라진 곳의 미래는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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