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4 18:19
수정 : 2012.07.0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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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 위치한 한국표준형 원전인 울진원자력 5호기. 경북도는 2028년까지 국비 13조4000억원을 끌어와 울진, 영덕, 경주, 포항 등을 잇는 ‘원자력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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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역대 정권은 경기 쇠퇴시에 정책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장하였는데, 그 주요 수단으로 부동산정책이 이용되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해외 경기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 구조적인 취약점 때문에 유럽연합의 재정위기로 최근 국내의 부동산 담보에 따른 가계부채의 증대 문제가 재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악화시킬 부동산 투기정책을 사상 최대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즉 경북지역에 원전, 재처리공장, 소듐냉각고속로(SFR), 고온가스로 등의 시설을 건설한다는 ‘원자력클러스터’ 계획이다. 이 계획의 과학적인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더욱이 위험성은 원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만 여기서는 이런 시설들이 지역경제개발 및 지방재정의 자립에 과연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본다.
1960년대의 세계적인 원전 확대도, 79년의 스리마일섬(TMI) 원전사고를 계기로 안전성 결여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이 증명되어 입지지역의 반발을 사게 되었다. 그 타개 수단의 하나로, 일본은 1974년에 전기요금에 부과한 전원개발촉진세의 재원으로 입지지역에 교부금, 즉 위험(생명)수당을 배분하는 ‘전원3법’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이 제도를 원용해 89년에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을 제정하여, 이렇게 확보된 재원으로 입지지역에 지원금 및 한국수력원자력의 특별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한편 입지 지방자치단체는 지원금으로 인구 규모에 걸맞지 않은 대형 관공서 건물, 온천, 도로의 확충 등과 같은 콘크리트 중심의 공공사업을 펼쳐 일부 건설업체들만 이익을 향수하는 마피아적 산업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원전 및 관련 시설의 유치가 지방재정에 기여(?)하는 점으로는 재산세의 증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지방세의 가장 큰 수입원인 재산세도 특별 감가상각제도 때문에 가동 16년 뒤에는 겨우 5% 정도의 재산에 대한 과세로 줄어들며, 특히 가동된 지 3년 이후의 급격한 자산세 수입감소로 공공시설의 유지비용조차 확보가 곤란하게 되는 등 도리어 지방재정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앗아간다. 따라서 지자체는 다시 지원금과 세수 확보를 위해 원전을 증설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한편 원자력클러스터의 관련 시설들은 기술 및 자본 집약적인 산업으로 입지 지역의 고용 창출 효과가 매우 한정적이다. 지역기업에 의한 고용 창출도 외부 대기업의 하청기업인 중소건설업이 중심이 되는데, 이 역시 5년 정도의 건설 기간에 그친다. 물론 관련 시설 내의 청소 및 식당 등의 단순노동으로 지역주민의 고용이 계속되겠지만, 주민소득의 대폭적인 증대는 기대할 수 없는 분야이다.
또 숙박업·음식업 등 서비스업도 수적으로는 많지만, 원전의 건설 및 정기검사 기간에만 활기를 띠게 된다. 특히 원전의 정기검사는 18개월 간격으로 전력수요가 적은 봄·가을에 집중되고 있으며, 게다가 비용절감을 위해 검사 기간도 단축되는 경향을 보여 서비스업의 경영은 더욱 불안정하게 된다. 또 도로의 확충으로 지역주민의 구매력도 인근의 큰 도시로 유출되어(‘빨대효과’), 도리어 지역 상업은 정체 또는 쇠퇴가 계속된다.
덧붙이면 원전 입지로 인프라 시설이 충실하게 된다는 홍보도 일방적인 왜곡이다. 주민을 위한 기본적인 공공시설 및 서비스의 제공에 지자체의 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가 지방교부세 및 국고보조금 등의 재정조정제도를 통해 마땅히 부족분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 일방적으로 무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북도와 관련 지자체의 책임자들은 도시화, 즉 ‘작은 서울’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경북도 그리고 추진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원자력클러스터의 관련 시설들의 실현가능성 △수출유망산업으로서의 가능성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및 처분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수백조원 이상의 예산과 수만명의 인적자원이 낭비되는 국가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종래의 대규모 토목사업과 같이 일방적인 추진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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