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6.27 19:36 수정 : 2012.06.27 19:36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뻔뻔한 세상이다. 염치없는 세상이다. 무릇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할 만한 일에 부끄러워하는 게 도리다. 불법, 탈법, 편법 등 온갖 수법이 동원돼 끝없이 쏟아지는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이명박 대통령의 자랑과 검찰, 보수언론 덕분에 아무 일 없듯 세상은 태평하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이 급기야 오는 7월20일로 임기만료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 내정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청와대는 “인권위가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에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북한인권 문제를 적극 개진했다”며 현병철 위원장 연임 배경을 설명했다. ‘균형된 시각’, ‘인권 적극 보호’ 등 사실과는 정반대의 허무맹랑한 궤변과 현병철 위원장과 인권위의 반인권적 활동을 중립이란 이름으로 호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인권위를 행정부의 일개 조직으로, 위원장을 그 조직의 일개 수장으로 여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기대에 부합하듯 현병철 위원장은 이후 ‘피디수첩 사건’, ‘박원순 사건’, 야간집회 금지 등 정권과 여당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논의와 의견표명을 하지 않는 등 정권 눈치보기에 바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백미가 바로 ‘북한인권’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집착일 것이다. 인권위는 2007년 10대 중점추진과제로 ‘북한인권’을 설정했고, 2008년 6대 중점사업과제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활동 강화’를 포함시켜 그동안 추진해온 성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범위와 영역을 넓혀나가는 한편 필요할 경우 실태조사 등을 통해 정부에 정책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10대 인권과제”로 ‘북한주민, 탈북자 인권보호 강화’를 선정하여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의견표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변화는 역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9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의 인권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특별지시’로 당부받아 충성스레 복무하고 있는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그러한 변화는 급격하게 가속화되고 있다.

이후 2008년 6대 중점사업과제로, 2009년 및 2010년에는 특별사업으로 지정되고, 마침내 2011년 3월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설치하기에 이른다.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인권위의 변화의 상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북인권단체들의 오랜 요구와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의 경우 예상되었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현실화되었다. 지난해 현병철 위원장은 북한체제의 변화까지 바라며 국내 탈북자 1만5천여명에게 북한에서 겪었던 인권침해 사례를 적극적으로 신고할 것을 편지로 독려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80여건의 진정사건에 대해 각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북한지역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는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북한인권기록관은 옛 서독의 ‘동독의 국가범죄에 대한 중앙기록보존소’를 모델로 한 것으로 상호이해 증진과 신뢰구축을 통한 평화통일과 이에 기반한 진실과 화해의 과거청산보다는 적대와 갈등, 단절 그리고 단죄를 통한 청산에 치우쳐 있다.

이렇게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단순히 인류보편적 인권 차원에서의 접근이라기보다는 북한체제에 대한 정치적 압박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북한인권은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 대북인권단체 등의 이념적·정치적 공세에 맞춰 이루어진 현병철 위원장의 ‘코드 맞추기’이자 그의 연임을 위한 실적 쌓기이다. 또한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려는 조직 이기주의이자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대국민 사기극이다. 북한에서 겪은 고초와 남한에서 적응하기에도 힘겨운 그들의 마음에 인권위가 또 한번 생채기를 낸 것이다. 그 최일선 선봉장이 현병철 위원장과 인권위이다.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은 있을 수 없다. 더이상 인권 없는 인권위원장을 원치 않는다.

조백기 서강대 법학연구소 연구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