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25 19:30
수정 : 2012.06.25 19:30
전기요금 오른다고 수요 안줄어
누적적자 주장도 설득력 떨어져
요금인상 앞서 국민동의가 우선
익명의 독자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논리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기요금이 너무 싸 낭비가 심하고 전력예비율이 급격히 악화되므로 요금인상으로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전이 적자가 나다 보니 해외 전력공사 수주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전 노조는 전기요금 현실화와 피크전력누진 과징요금제를 신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더하고 있다.
이런 한전의 견강부회적인 인상논리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전력수요에 맞게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할 책무가 있는 한전 스스로가 전력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초래해 놓고, 수요 억제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과징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국민을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가동하거나 대낮에도 가로등을 켜놓는 등 낭비가 심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생산을 포기하면서 전력 사용을 더 줄일 수 있을까. 또 생계를 위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전기 사용을 줄이겠는가.
전기요금을 올리면 수요가 일부 감소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력수요의 대부분은 가격 인상과 수요 감소가 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기요금을 올리면 수요가 준다는 논리는 전기요금을 모르는 일부 경제학자와 한전이 만들어낸 허울 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한전의 적자 문제다. 한전은 지난 4년간 누적적자(영업적자)가 8조5342억원에 이르러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다. 같은 기간 한국수력원자력은 4조65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한전이 100% 지분을 가진 6개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오히려 4916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전이 소비자로부터 적정한 가격을 받아 뒤로는 자기 자식은 배불리면서 앞에서는 나는 배고파 죽겠으니 더 달라는 격이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흑자라는 것은 실질적인 원가회수율은 100%를 초과한다는 뜻이다. 부자간의 재산싸움은 집안에서 해결할 일이지 국민을 볼모로 싸울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전의 적자는 전기요금 인상 명분이 안 된다. 이는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또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면 우선 평균원가 회수율이 낮은 용도부터 인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원가회수율이 평균(90.9%)보다 낮은 주택용(86.4%)과 농사용(32.8%)은 동결하고 평균보다 높은 일반용(94.9%)과 산업용(94.4%)은 각각 11.5%, 20%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한전의 주장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는 전력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을 검토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전압별 요금제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전압별 요금제는 사용전압에 따라 전기가격을 매기는 제도로서 원가주의에 충실한 제도이므로 용도별 전기요금 차이에 따른 보조 시비를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료비 연동제는 유류,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의 수입가격 등락만큼 전기요금을 인상, 인하하는 것으로 지난해 7월1일 전기공급약관을 개정해 놓고도 시행을 안 하고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당장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기보다는 이러한 대안을 먼저 도입하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마련해 고객의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제도의 시행에 앞서 에너지 소비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예산에서 지원할 문제이지 요금제도로 지원할 문제가 아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