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합니다 / 익명을 요구한 인권위 직원 |
“멘붕, 멘붕, 멘붕, 공황, 공황, 공황.”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어처구니가 없다니요? 얼마나 훌륭하시면 역사상 최초 연임 인권위원장에 내정되셨겠습니까. 정실주의를 정착시키신 공로가 있으셔요.” “그동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고분고분 살아왔지만 지금부터는 완전히 비뚤어질 겁니다.”
이상의 글은 인권위원회 내부 직원들이 청와대의 현병철 위원장 연임 발표를 접하고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인권위 직원들은 왜 이처럼 ‘멘붕’과 ‘공황’ 상태를 오가는 걸까요?
현병철씨가 위원장이 되고 나서 인권위 위상은 한없이 추락했습니다. 그는 권력과 코드를 맞추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법원에 의견 제출하는 것에 찬성한 인권위원이 외국 출장을 간 틈에 서둘러 부결시켰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국정원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의견표명은 위원장만 찬성하면 통과됐을 안건을 스스로 부결시켰습니다. 일부 정치인에 대한 사찰사건과 관련해서도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직권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인권위가 자신의 직분을 배반하고 권력을 추종하는 코미디를 연출한 것입니다. 감시견의 야성을 잃어버린 현병철 인권위에서 정책권고 건수와 권고수용률은 급전직하로 떨어졌습니다.
청와대가 연임 근거로 들었던 북한인권에 대한 공적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순덩어리입니다. 현병철 인권위에서 실제적 보호가 절실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가시적 조처는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 주민의 식량사정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에 식량지원 권고 한번 하지 않은 반면, 거액을 들여 외국에서 이벤트성 행사를 연이어 개최한 것은 그 순수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합니다. 설상가상 위원회는 호들갑을 떨며 끌어모았던 탈북자들의 진정사건 수십건을 아무런 결정조차 내리지 않은 채 각하하려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에게 직접 편지까지 발송하며 진정을 호소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슬쩍 각하하려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현병철씨는 직원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해고와 징계로 억눌렀습니다. 인권위 직원 중에는 정권과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위원장의 행태를 비판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 위원장은 이들에 대해 일관되게 배제와 배척을 고집했습니다.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과장을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시켜 자진해서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노조 부지부장을 쫓아냈으며, 이에 대해 한마디 설명도 없는 인권위의 행위를 비판했던 10여명이 넘는 직원들을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직과 감봉 등의 징계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병철 인권위는 기존에 권고했던 1인시위의 포괄적 허용 원칙을 뒤집고 직원들이 설치한 손팻말마저 임의로 철거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현병철씨가 3년 더 인권위를 맡는다면 그것은 인권위의 비극이자 국가적 수치가 될 것입니다. 예산만 축내고 권력자의 비위나 맞추는 인권위에 대한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비판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럴 바엔 차라리 인권위를 없애자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인권위 직원들은 자괴감에 빠져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의 무력화를 넘어 인권위의 소멸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번 인사는 재고돼야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인권위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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