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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8 19:33 수정 : 2012.06.18 19:33

방송공정성 훼손되는데
청와대는 강 건너 불구경만
새 국회는 국정조사 시작해야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화방송(MBC) 파업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엠비시 노동조합이 ‘공영방송 엠비시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에 들어간 지 140일이 넘었다. 사쪽과 노조는 상대를 향한 징계, 고소로 대치하고 있다.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20일 가까이 단식농성중이다. 그럼에도 김재철 사장과 노조의 대립은 전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문화방송의 지배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제3자 중재, 노사 당사자에 협상 권고 등을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선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은 “법적·현실적 한계”를 들먹이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현실적 한계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사실 엠비시 파업사태의 중심에는 김재철 사장이 아니라 청와대가 있다. 지금 엠비시 노조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사장이 아니라,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청와대라는 얘기다.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혼쭐이 난 청와대가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엠비시를 장악하기 위해 김재철씨를 사장으로 내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질적인 임명권자는 방문진이 아니라 청와대였음을 김우룡 전 이사장도 실토한 적이 있다. 김재철씨는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의 입맛대로 정부·여당의 시책을 비판한 피디와 기자들을 인사조처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경향을 보인 예능인들을 몰아내는 등 방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청와대 쪽은 “개별 회사가 파업할 때마다 언급하면 간섭”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현재의 언론사 파업이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그들의 눈에는 공영방송사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엠비시가 기업인 것은 맞다. 그러나 엠비시는 공기업이고 공영방송사이다. 원래 한국방송(KBS)이 갖고 있던 엠비시 주식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방문진의 이사 전원을 국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을 때 방송사 사원들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정치파업 말고 뭐가 있겠는가. 민주정치의 요체인 여론 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영방송사 직원들이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의 침해를 외면하고 제 밥통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현재 권력이 기대난망이라면 소위 ‘미래 권력’이라도 나서야 할 판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원한다면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이라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엠비시 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새로 구성된 국회는 즉각 진상조사와 함께 국정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이번 방송사 파업사태의 근본 원인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는 차제에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예컨대 독일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방송의회’를 정당뿐만 아니라 종교계, 노조, 사용자단체, 상공인, 농민, 자선단체, 지방의회, 체육계, 환경보호단체, 실향민단체, 스탈린 치하 희생자, 교육, 학문, 문화, 예술, 영화, 자유직업, 아동보호, 소비자보호, 동물보호단체 등 말 그대로 각계각층을 망라한 대표 77명으로 구성한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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