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박명섭 교사의 ‘2008학년도 입시, 내신강화가 먼저다’를 읽고
최미향/학부모 교원단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교원평가제’ 도입에 반대를 표명했다. 교사들에게 평가의 권한을 위임하려면 교사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우선되어야만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판단했을 때 부적격 교사라고 생각될 만큼 불신받는 교사를 퇴출할 수 있는 제도조차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평가권만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전남 순천 지역에서는 모 고등학교의 시험지 유출문제로 학교는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배재고등학교의 시험지 유출사건에 이어 그와 유사한 정황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음에도, 학교 당국은 단지 한 학생의 행위인 것으로 축소·은폐함으로써 문제를 봉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학교와 학부모 간, 시민단체 간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정작 가장 큰 피해자인 학생들은 정신적인 혼란뿐만 아니라, 학업 수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2008학년도 입시안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박 교사는 ‘2008학년도 입시, 내신강화가 먼저다’에서 교육부의 입시안에 대한 안일한 태도와 교육현실에 대한 인식수준을 냉철하게 비판하였다. 일명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해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방송 논술강의나 고교 교육과정에 논술과목을 채택하는 등의 정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서울대의 입시안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감하는 바 크다. 동시에 박 교사는 입시에 있어 내신이 대입전형의 결정적 자료로 활용되도록 내신의 변별력 확보와 신뢰회복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논리적으로 정당한 원칙이며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절대적 명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박 교사는 내신의 변별력과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교사별 평가제’와 ‘독서 이력철’ 등의 제도화, 교사중심 교과서제를 통한 토론과 논술, 체험과 봉사, 명상과 노작 등의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교사와 학교중심 교육과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학생과 학부모, 모든 교사가 바라고 원하는 아름다운, 어쩌면 건국 이래 모든 국민이 꿈꾸는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일 것이다. 문제는 ‘교사별평가제’라고 하는 강력하고 전문적인 교사의 권리와 권위를 주장할 만큼 교사들 자신이 준비되어 있으며, 국가중심의 교과서가 아닌 교사중심의 교과서제를 제도화할 만큼 교사들의 교과서 제작능력과 연구가 집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학입시에 내신을 강화하는 입시안이 발표되자마자 학교의 이곳저곳에서 불거지는 시험지 유출이나 현직교사의 불법과외 사건들은 과연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물론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육자적 양심과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배양하며 교육현장에서 참교육을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경험적 평가는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학부모단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원평가제’의 조속한 시행이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교원평가제’ 도입에 반대를 표명했다. 지금도 우리 순천의 학교들 담장에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교사들에게 평가의 권한을 위임하려면 교사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판단했을 때 부적격 교사라고 생각될 만큼 불신받는 교사를 퇴출할 수 있는 제도조차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평가권만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학부모들은 교사나 교원단체가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교사 자신들의 전문성을 향상하고 교육자적 양심을 실천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내신 강화가 학교교육 정상화로 이어지려면 그만큼 교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며, 그런 만큼 교사들의 치열한 자기성찰적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하다. 교사들의 자율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에 대한 ‘교사별 평가제’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사평가’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 또한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