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06 19:33
수정 : 2012.06.06 19:33
5월29일치 왜냐면 ‘착한 소비 정말로 착하기만 할까’를 읽고
이하늬 독자가 쓴 ‘착한 소비, 정말로 착하기만 할까’ 기고문을 반갑게 읽었다. 공정무역 운동과 세계 빈곤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고민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공정무역을 단순히 ‘착한 소비’가 아닌 사회적인 구조 문제로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열린 것 같아서 기쁘다.
사실 공정무역은 단순히 ‘몇 푼’을 더 주는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 기반의 파트너십’이다. 불평등한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동등한 관계를 맺자는 운동이다. 이 때문에 공정무역은 생산자 개인이 아니라 협동조합과 장기적인 거래를 하고, 최저가격을 보장하면서 생산자의 인권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협상을 하고 정규직으로 고용돼 최저임금과 노동권을 보장받듯, 생산자들 또한 그러한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들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를 드러내고, 이를 성찰하게 만든다. 공정무역 제품들이 주로 커피나 초콜릿 같은 기호식품에 집중되는 것은 바로 이 제품들의 생산·유통 과정에 세계 불평등의 문제가 극명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무역 시장이 넓어지면서, 일반 기업들이 공정무역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플랜테이션 농장주에게 돈을 조금 더 주거나, 매년 생산지를 바꿔가면서 거래하는 무역을 진정한 공정무역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한두 제품을 공정무역으로 생산하고 그나마 거의 유통하지 않으면서 전체가 다 윤리적인 생산인 것처럼 포장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기업들의 공정무역 자체를 비판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제품을 공정무역으로 생산하고 협동조합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라고 기업들에 요구하고 감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자칫 이러한 비판은 기업의 모든 사회 참여나 소비자의 윤리적 실천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위험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700만명 이상의 저개발국 생산자들이 공정무역의 직접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정말 세계의 구조를 바꾸려면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먼저 각국 생산자와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협약과 국내법적 조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저개발국도 각자 효과적인 성장전략을 세우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저개발국이 성장하는 동안 자국 산업을 보호할 제도 장치가 필요하고 국제적인 개발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무역과 또다른 사회운동들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이때 공정무역이 ‘착한 소비’ 차원에만 머물러 사회 구조의 아픈 곳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세계 불평등 무역을 바로잡는 제구실을 하기 어렵다.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시민들도 ‘착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불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소비자로 깨어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정무역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독자의 문제 제기는 참으로 고맙다. 앞으로도 공정무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날카로운 비판, 그리고 뜨거운 연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공동의 모색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집단지성이 될 것이다. 공정무역 활동가로서, 함께 이러한 길을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박효원 아름다운가게 공정무역사업처 간사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