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04 19:26
수정 : 2012.06.04 19:26
정당정치는 일종의 ‘필요악’
비정당 안철수에게 표 던져도
무모한 도박 아니다
오정택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대통령선거의 해다. 당연히 국민들의 관심은 빅3이라 불리는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쏠리고 있다. 정치평론가, 정치부 기자를 비롯해 많은 관련 전문가들도 국민적 관심에 부응해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상에 대해 한마디씩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본인이 의식하든 안 하든 그런 주장에는 개인적 또는 진영적 이해관계와 희망이 반영되어 있다.
일부 언론에서 특정 인사를 겨냥하여 말끝마다 내세우는 검증 주장도 그러한 검증을 위한 결정적인 잣대가 있는 건 아니다. 일부에서 흔히 이야기하듯, ‘정치를 오래 했다’, ‘토론을 잘한다’, ‘머리 좋고 박식하다’, ‘특정 문제에 식견이 있다’ 하는 것들이 대통령의 성공을 보증하는 결정적 자질은 못 된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의 반열에 오른 인사들은 자동적인 검증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검증이란 과도하게 부풀려진 흑색선전 공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측정 변수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변수가 있기는 있다. 그것은 개인적 변수가 아니라 환경적 변수라는 것들이다. 모든 통계 지식이 그렇듯 이것 역시 확률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질, 능력, 학식, 달변, 전문성 등의 목록으로 이야기되는 것들보다 ‘대통령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이란 결과예측에서 훨씬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상황적, 환경적 변수 중에서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정당 시스템이란 변수다. 200여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정당정치 시스템은 현재 세계 모든 민주국가의 정치운영 시스템이다. 정당 시스템을 공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필요악이라고 인정해야 할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다수 국민의 이익과 유리’되어 움직이는, 현대 정치의 치명적인 문제들도 모두 정당 시스템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증언이다.
결국 정당 시스템이 필요악이라는 주장은 정치가 계속해서 다수 국민의 요구와 이익에 유리되는 것을 감수하자는 이야기나 매한가지다. 정당정치 시스템의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변명은 운영체제(OS)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손볼 생각은 않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만 문제 삼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일 뿐이다. 국내외적으로 정당정치에 대한 도전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정당정치에 면죄부를 주어야 할 이유는 못 된다. 그런 사실이 정당 시스템과는 다른 정치 시스템의 시도마저 봉쇄할 이유나 근거는 더더욱 될 수 없다.
비정당 후보감이 유력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의도한다고 해서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유권자들은 이미 굴러들어온 기회를 정당정치 생태계나 그 이익사슬에 기생하는 무리들의 이야기에 현혹되어 포기할 필요는 없다. 비정당 후보의 치명적 약점으로서 집권 이후 겪게 될 인재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사고를 갖춘 합리적 비정당 소속 대통령에게 좌우의 뛰어나고 편협하지 않은 인재들은 좌우 진영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꺼이 알아서 줄을 서줄 것이다.
대통령의 성공 기준을 ‘국민 다수의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평가할 경우, 비정당 후보의 실패 가능성이 50%라면 정당 소속 후보의 실패 가능성은 거의 100%에 가깝다. 다수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갖는 불만의 유형이 알고 보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즉 대통령 개인이라기보다 정치 운영체제인 정당정치 시스템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당정치의 실패 가능성은 정당 소속 대통령의 실패 가능성일 수밖에 없다. 가능성으로나 정당성으로나 유권자들이 독자 출마한 안철수에게 한 표를 던져도 그것이 무모한 도박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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