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09 19:26
수정 : 2012.05.09 19:26
더이상 ‘죽음의 행렬’ 막고
희망의 불 지피는 콘서트가
11일 저녁 7시에 열린다
송경동 시인
‘악’ 소리 나지 않으십니까.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전셋값·물가는 천정부지로 솟고, 아무리 일해 봐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기지 않는 생활에 ‘악’ 소리 나지 않습니까. 광우병 소가 다시 들어온다는 흉흉한 소리만 들리고, 민생을 책임져야 할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정쟁과 비리와 특혜와 추문만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세상. 평생의 꿈이 정규직 일자리 하나 남을 밀어내고 차지하는 것이고, 그래서 자식들 대학등록금까지라도 어떻게 내며 살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세상. ‘악’ 소리 나지 않습니까.
이렇게 현재가 꼬여 있고 미래가 닫혀 있다 보니 평범한 사람들의 생태계는 죽음의 그늘만이 횡행하는 사회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폭력과 경쟁의 문화가 많은 이들의 인성을 파괴하고 있고, 이런 까닭 모를 파탄자들에 의해 다시 죄 없는 희생자들이 이어지는 죽음의 시대입니다. 실제 구조적·사회적 살인들이지만, 범인은 늘 자신이 왜 그렇게 파괴되었는지조차 모르는 개인들뿐입니다.
이런 사회적 죽음들의 중심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가족 22명의 연이은 죽음이 있습니다. 그간 진행된 수백만명에 이르는 정리해고, 9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우리 시대 모든 죽음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광우병이자 쓰나미였습니다.
이런 죽음의 행렬을 이제 멈춰야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는 지난해 저 먼 부산의 한진중공업까지 희망의 버스를 타기도 했습니다. 그 희망이 좀더 넓혀져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쌍용차 희생자 22명을 위로하고 연대하는 콘서트 ‘악, 樂’’을 11일 저녁 7시에 서울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엽니다.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이 사회를 보고, 방송인 김제동씨가 토크를, 김진숙님이 편지를, 심보선·진은영·김선우·송경동이 시낭송을, 그리고 허클베리핀과 킹스턴루디스카가 노래를 보탭니다. 오후 4시부터 열리는 바자회에는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합니다. 정태춘·박은옥님이 직접 사인회를 열어주시고, 김여진씨가 예쁜 옷과 선글라스를, 정혜신 박사가 만년필을, 김미화씨가 애장품을 내주시기로 했습니다. 백기완 선생께서 친필 글씨를 내주고, 질경이 이기연 대표가 1천만원 상당의 우리 옷을, 미술가들인 이철수·이윤엽, 만화가 박재동, 소설가 공지영·김탁환·김미월, 그리고 이도흠·우희종 교수,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과 권칠인·민규동 감독, 정혜윤 <시비에스>(CBS) 피디,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그밖에 정말 수많은 이들이 나눔의 마음들을 내주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더이상 우리 주변에서 ‘악’ 소리가 나지 않게, 우리 마음에 있는 이 처참한 소리들을 모두 내뱉어버리고, 다시 희망을 얘기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1600일을 넘은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전북버스 노동자들의 마음에 ‘악’ 소리가 아닌 ‘樂’의 마음이 커질 수 있게 우리 모두 모여 이제 그만 ‘樂’ 소리가 필요하다고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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