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25 20:36
수정 : 2012.04.25 20:36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교사에 대한 비하적 시각과
폐쇄적 교육관 드러내
김동현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공무원노조 조합원
대법원은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하였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이라는 곳에서 그동안 교원노동조합법이나 공무원노동조합법이 제정된 목적이나 취지는 왜 단 한 줄도 반영하고 있지 않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교사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직분이므로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행위이다’ 또한 ‘특정세력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신뢰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하여 선출직 대통령과 그를 수반으로 하는 정부정책과 국정운영에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다’라는 판단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치적 중립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정치적인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는 것들이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이를 분명하게 구분해 사용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권력인 사법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기본권 중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라는 인권이 유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일상에서 정치적 개입 또는 활동 없이 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교사나 공무원도 모두 국민이다. 학생들도 국민이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정치·사회·경제·문화 등의 모든 현상을 놓고 사고하고 상상력을 펼치고 논하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는 단순히 정부가 지정한 교과서 안의 지식을 전달하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그런 단순근로자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재들을 길러내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교사들이 노동조합이라는 틀 속에서 행동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교사의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과 생각과 표현, 그리고 행동들은 모두 학생들에게 교육재료로서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수업이기도 하다.
대법원이 교사를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인간으로, 학생은 토론이 불가능하고 생각할 필요 없는 미성숙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기비하적 식민사관과 폐쇄적인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는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이 헌법이 보장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적 독립성을 위하여 포함된 조항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대법원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에 대하여 사법부 최고판결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한다. 대법원의 판결이 과연 정치적 중립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지향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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