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학교폭력 근절하려면 사고 틀 바꿔야 |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청소년 하면 준범죄집단이 떠오른다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과도한 경쟁에 내몰려 마음 쉴 곳 없는 아이들을 그렇게 보다니…. 그런데 뉴스를 보면 청소년의 폭력이 극에 달해 유흥비를 위해 친구들을 가해하거나 심지어 친구를 살해하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무섭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게 청소년, 그들의 잘못일까?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그늘지는 것은 그것이 일부 학생들만의 악행이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위에 공부 잘하는 엄친아, 그 아이들의 눈빛도 영롱함이 없고, 스키니 청바지로 멋을 내고 이성교제하는 아이들의 웃음도 환하지 않다. “꿈을 가지고 미래를”이라는 꿈찾기 학습은 꿈 없는 아이들을 더욱 강박에 시달리게 할 뿐이고 바쁜 사회생활에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부모들은 꿈을 찾아주기 위해 컨설팅을 시킨다.
이런 현실 속에 한국의 청소년 문화는 빨간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행복지수는 최하위다. 미래를 걱정하기에 앞서 이들의 삶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아이들의 폭력에 경찰이 개입하고, 학교에서 폭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 아무리 가르쳐도 꿈 없는 이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 아이들은 경쟁에 내몰리기만 할 뿐 돌보아지지 않는다. 역시 경쟁적인 사회생활에서 위로받지 못한 부모는 어렵사리 벌어 학원비를 내는데도 정신을 안 차리는 자녀들이 한심하다. 노동효율은 최하위권이지만 노동시간은 최장인 우리나라. 부모들이 효율 낮은 노동을 위해 장시간 근로를 하는 사이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현실. 그리고 누군가 그렇게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려 있는 동안 88만원 세대는 여전히 일자리가 없어 결혼 생각도 못하는 나라.
이 모든 것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일·생산·경쟁에서 삶·여유·협동의 패러다임을 찾아야 해결된다. 우리는 그저 일하고 또 일하면 뭔가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학원비를 대고 상담치료를 받고 처벌하고 그러면 해결될 것이라고…. 그러나 더이상 과거의 방법으론 안 된다. 사고를 전환하자. 일 이상으로 삶 자체가 중요하다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보육예산을 늘리고, 일자리를 나누자. 장시간 근로를 줄이는 정책을 펴나가는 노동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은 그런 점에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시금석이다. 그럴 돈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 말자. 조금 일하면서 아이들까지 국가가 돌보고 그렇게 하다간 나라가 곧 망할 거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찾아준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에 더할 나위 없는 확실한 자원이 될 것이다. 경쟁 아닌 화합으로, 처벌이 아닌 사랑으로 사고의 틀을 모두 바꾸는 것을 더이상 늦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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