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4.16 19:34 수정 : 2012.04.16 19:34

로스쿨 정원과 로스쿨 수 통제,
시험성적순으로 변호사 자격
인정 여부를 결정짓는 변호사시험,
이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올해 초 로스쿨의 첫 졸업생이 변호사시험을 치렀고 합격자들은 6개월 실무수습을 거치고 있다. 참여연대도 실무수습생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로스쿨 학생의 대다수가 서울 출신이며 특목고 등에 편중되어 있다는 기사들이 연이어 나왔다. 다양화와 특성화를 의도했던 로스쿨에서의 교육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기사들이 지적한 로스쿨 실태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가 안고 있는 필연이 아니다.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비롯해 로스쿨 도입론자들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제도의 문제점을 고치고자 했다. 하지만 실제 로스쿨 제도의 알맹이를 채웠던 관료들과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법조계는 변호사 수를 통제하고 개혁을 방해했다. 그래서 로스쿨은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법시험 제도에서는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정부가 정한 순위 안에 들어야만 법률가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도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소용없다. 사법시험은 학원수업과 과외를 얼마나 많이 받는가에 따라 좌우되고 부잣집 자식에게 유리한 시험이 되었다. 2004년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법연수원생들의 출신학교를 분석한 뒤 “빈곤이 대물림되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속에 사법시험까지 부와 특권계급이 세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사법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단 하나의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연수원생 1000명 모두가 똑같은 커리큘럼에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 조금 과장하자면 ‘공산품’이다. 다양성을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로스쿨 제도로 바꾸자고 했다. 성적순으로만 뽑지 않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고 로스쿨마다 특성을 가진 다양한 공부를 하게 하자, 그 뒤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갖추었음이 확인되면 시험성적 순위 따지지 말고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의사자격시험처럼.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총 입학생을 연 2000명으로 딱 정했다. 법률가가 될 수 있는 1차 관문인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한 무한경쟁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더해 법무부는 로스쿨 졸업생이 보는 변호사시험을, 사전에 합격비율을 정하고 등수를 따지는 시험으로 만들었다. 또다른 사법시험이다. 다양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변호사시험에서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가 제일 중요하게 되었다. 변호사 수를 통제하고자 하는 이들의 끈질긴 발목잡기에 로스쿨은 출발부터 뒤틀렸다.

물론 이렇게 비틀어진 조건에서도 로스쿨 입학자 중에 비법학 전공자나 비법률 분야 종사자들이 사법시험 체제와 비교해서 늘어나고 있다. 전체 2000명의 로스쿨 학생 중 5%는 특별전형을 통해 장애인이나 경제적 취약계층 출신에서 뽑고 있다. 사법시험 체제에 비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국공립대 로스쿨은 그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학비 부담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많은 이들이 전액장학금 또는 반액장학금을 받고 있다.

발상을 전환해보면 법률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균등하게 나누는 것은 사법시험보다는 로스쿨 제도가 더 용이하다. 사법시험 체제는 개인 능력과 가족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는 만인의 무한경쟁이었다. 경제적 자원 능력이 많은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는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법률가가 될 사람의 다양성 확보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익힐 법학지식과 경험도 훨씬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로스쿨의 길이 순탄하지 않다. 학생선발을 더 다양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 당국의 근시안적인 태도도 문제의 원인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변호사 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스쿨 학생 정원과 로스쿨 수 통제, 몇 가지 정해진 과목에 대한 시험성적순으로 변호사 자격 인정 여부를 결정짓는 변호사시험 제도이다. 이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우선 변호사시험의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성적순이 아니라 순수 자격시험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로스쿨이 달라지고 미래의 법률가들이 달라질 수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전 사법감시팀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