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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2 19:29 수정 : 2012.04.12 19:29

방통위는 통신사에 혜택을 부여한
정책의 정당성을 찾는 과정에서
국제회의 내용마저 왜곡하고 있다

양창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최근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교육방송> 기술본부장들이 방송통신위원장을 찾아가 700㎒(메가헤르츠) 대역 활용에 대한 지상파 의견서를 전달했다. 지상파 입장은 700㎒ 대역이 차세대 방송을 위한 필수 주파수인 점과 난시청 해소를 위한 방송용 주파수라는 사실, 따라서 이 대역의 활용 계획은 디지털 방송 전환이 완료되는 2013년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압축된다.

방송4사 본부장들이 방통위원장을 방문해 의견서를 직접 제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 자리에서 본부장들은 방통위가 최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본부장들은 방통위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WRC-12)에서 유럽·아프리카·아랍이 700㎒를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기로 결의했다고 낸 보도자료(2월20일)는 국제회의 내용까지 왜곡하며 국내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들춰진 내용이지만 이는 정부 부처가 국내 여론몰이를 위해 국제회의 내용을 변질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상은 이렇다. 제네바에서 지난 2월18일까지 4주 동안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는 700㎒ 대역 활용방안이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 단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에서 제기한 사안이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방송연합(EBU)도 이를 인정하지 않아, 그 문제는 2015년에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논의해 보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700㎒ 대역 주파수 활용처가 통신 분야로 결정된 것처럼 발표했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인용 보도했다. 방통위가 국제회의 내용까지 왜곡한 배경이 참으로 의심스러울 뿐이다.

방통위는 지난 1월20일 전체회의를 통해 기습적으로 700㎒ 대역 필수 주파수를 통신사에 넘겨주는 이른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의결해 지상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런 방통위는 통신사에 혜택을 부여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외국 사례에서 찾는 과정에서 이번 국제회의 내용마저 왜곡하기에 이르렀다.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말 아날로그 종료를 앞두고 디지털 전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방송만 하더라도 기간송신시설 33곳과 간이송신시설 309곳에 한국방송 1·2와 교육방송 등 3개 채널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는 1000여개 채널 설치작업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주파수 허가를 신청해도 주파수 부족으로 반려되고 있으며, 시설을 마무리한 지역에서조차 주파수 혼신으로 송신시설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는 곳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이 모두가 주파수 부족 사태에서 기인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방통위는 우리나라 디지털 텔레비전용 주파수를 228㎒만 책정했으며, 이는 미국(300㎒), 영국(264㎒), 일본(240㎒)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산악지형까지 많아 더 많은 주파수가 필요하고 우리나라가 채택한 미국 방식의 디지털 전송 방식은 일본이나 영국에 비해 주파수 효율이 매우 낮기까지 하다.

이번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700㎒ 대역 주파수 할당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통신용이냐 방송용이냐 결정을 2015년으로 미루고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추이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는 유럽 방송계의 확고한 입장이며, 700㎒ 대역 주파수 할당을 2013년 디지털 방송 전환 이후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의 발전 추이를 살핀 뒤에 결정하자는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런 국제적 흐름과 국내의 실상을 꿰뚫어보며 통신업계 편향적인 정책을 삼가고 시청자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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