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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2 19:28 수정 : 2012.04.12 19:28

서해안에 큰일이 생겼어요
조력댐발전소라는 놈 때문인데
이놈은 녹색 탈을 쓰고 있어서
정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요

윤여군 강화지역 조력댐반대 대책위원회 대표

강화도에 난리가 났습니다. 아니 서해안 전체에 큰일이 생겼어요. 조력댐발전소라는 놈 때문에 생긴 일인데,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개나 만든다고 해요.

조력댐발전소라는 놈은 녹색 탈을 쓰고 있어서 정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요. 속지 않으려면, 꼼꼼히 따져봐야지요. 이놈은 바다를 댐으로 막아서 바닷물을 가두고 썰물 때 높이 차이가 생기면 물을 흘려 그 힘으로 전기를 만든다고 해요. 원리는 육지의 댐과 마찬가지인데, 조석과 간만을 이용해서 매일 두번씩 전기를 만들 수 있지요. 석유를 쓰지 않으니 에너지 자립에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으니 환경에 해롭지 않지요. 거기에 크게 지어 전기를 많이 생산한다고 하니 매력적이기까지 하지요. 그런데 밝히지 않고 감추는 것이 있는데, 이게 문제랍니다.

첫째, 입지가 잘못 선정된 점을 들 수 있어요. 인천만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어디에도 없는 말이랍니다. ‘만’이란 바다가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이르는 것인데, 문제는 인천만은 없다는 점이에요. 인천만조력댐의 위치는 사실 강화 남쪽의 갯벌과 바다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프랑스 랑스발전소의 댐 길이가 760m인데, 인천만조력댐의 길이는 무려 18.5㎞나 된다네요. 만이 아닌데 만이라고 우기는 이유가 뭘까요?

둘째, 물을 가두어두면 썩는 것은 자명한 이치인데요, 아니라고 우기고 있어요. 하지만 새만금도 썩었고, 시화호도 썩었잖아요. 수질관리 비용이 수천억이나 들어갔다고 해요. 강화의 바다는 한강·임진강·예성강이 만나서 하구 생태계를 이룬 귀중한 보물인데요, 이곳이 썩고 녹조·적조가 생기면 생각만 해도 큰일입니다.

셋째, 갯벌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사라집니다. 사업자가 발표한 것도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의 갯벌이 사라지고 기능을 잃게 됩니다. 갯벌은 세계의 모든 바다에 다 있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곳에만 존재하는 자연의 선물이랍니다. 강화의 갯벌은 세계의 5대 갯벌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곳이랍니다.

넷째, 이곳은 멸종 위기종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살고 산란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 바다의 일부는 천연기념물보호구역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보호구역을 해제하고 조력댐을 건설하게 되면, 이들의 운명은 불을 보듯 알 수 있습니다.

다섯째, 물의 흐름이 느려져서 한강수계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지요. 강화의 바다는 한반도 빗물의 17%가 모여드는 곳인데, 홍수 때 물 흐름이 느려져서 범람이라도 되면 정말 큰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여섯째, 강화의 바다는 밴댕이부터 주꾸미, 병어, 꽃게, 황복, 숭어 등이 철따라 나오는 중요한 어장입니다. 특히 새우젓을 담그는 젓새우는 우리나라 생산량의 70%가량이 이곳에서 나옵니다. 경제적으로 따져봐도 전기생산량보다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인천만조력댐 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라는 회사에서 하는 사업인데, 이 회사는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회사래요.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이 많은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짱이 대단한 곳이지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사실 인천만조력댐발전소를 지어 가동하면 연간 2414GW를 생산하는데, 우리나라 발전량의 0.4%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경제적으로 계산해봐도 비용편익비(B/C) 0.8에 불과해서 손해나는 일이라고 인천발전연구원과 유승훈 교수가 발표했는데도, 한수원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요. 0.4%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바다와 갯벌을 파괴하는 것이 녹색성장일까요? 3000명 어민의 생계를 빼앗으면서, 고작 4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관광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일까요? 4대강 사업이나 청계천처럼 녹색이라는 말만 붙이면 만사형통인 것처럼 우기고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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