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02 19:44
수정 : 2012.04.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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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들머리에서 해군이 강행한 발파공사로 깨진 구럼비 바위 파편 덩어리를 들고 나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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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오피니언난을 구성하는 글들은 보통 제목 때문에 읽거나 글쓴이 때문에 읽게 되지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벗님, 당신은 자연스레 시선을 옮겨 이 글을 누가 썼는지 확인하려고 하실 거예요. 그리고 님은 조금 당황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으레 표기되어야 할 이름과 직함이 이 글에는 없으니까요. 이 글을 쓴 사람들은 ‘구럼비’입니다.
우리의 공통점은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사랑하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라는 것. 화가도 있고 영화제작자도 있고 번역가, 대학원생,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사보 만드는 회사의 편집자, 혼자 좋아 노래하는 가수, 중소기업의 직장인도 있고 시인도 있습니다. 하는 일들은 모두 다르지만 강정과 구럼비를 살리고 싶은 마음만은 간절한 사람들입니다.
주민들의 민주적 의견 수렴 과정이 완전히 무시된 채 소박하고 아름다웠던 마을공동체가 갈가리 찢겨 나가는 비극을,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인 어머니 자연을 한낱 시멘트 덩어리 취급하며 파괴하고 죽이는 비극을, 두 눈 멀쩡히 뜨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일상에 쫓겨 강정마을에 내려가 보지 못한 채 마음만 끓이면서 날마다 폭파되고 있는 육지의 ‘구럼비’가 호소합니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든 해야 합니다. 그것이 비록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지금 인터넷 사이트 ‘www.avaaz.org’에 접속해서 구럼비를 위해 서명해 주십시오. 사이트에 접속해 한국어 메뉴를 클릭하면 구럼비를 위한 서명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여기에 당신의 소중한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적어 넣으면 서명이 이루어집니다. 다른 개인정보는 필요 없습니다. 번거로운 프로그램 설치나 흔한 광고 배너 하나 없는 안전하고 간결한 곳입니다. 이 사이트는 오늘날 세계가 처한 국제적인 주요 문제에서 시민 주도 정치를 통해 중요한 결정사항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온라인 시민운동 커뮤니티입니다. ‘Avaaz’라는 이름은 힌두어, 파키스탄어, 페르시아어, 네팔어, 다리어, 터키어, 보스니아어의 조합으로 ‘목소리’나 ‘노래’라는 뜻을 담고 있지요.
맞습니다. 지금 구럼비에 필요한 것은 저 폭력적인 자본의 바지선이 아니라 우리가 부르는 생명의 노래입니다. 구럼비에 구멍을 뚫고 쑤셔 넣는 화약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관심입니다. 철조망이 아니라 그곳 활동가들을 위한 후원물품입니다.
부서지는 것은 바위뿐만이 아닙니다. 5년이 넘는 투쟁기간을 거치며 마을 공동체가 조각났고 이웃이 흩어졌습니다. 구럼비를 아끼는 활동가들의 손가락과 팔이 골절되었고 머리가 깨졌습니다. 종교적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각계 종교인들의 믿음이 탄압받았습니다. 자연에 순응해온 인간의 오랜 역사가 불태워졌고 미래에 전해줄 유산들이 차압당했습니다. 무수한 눈물과 피를 흘렸습니다.
끈질기게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럼비로 모여야 합니다. 구럼비로 모이는 쉽고 간단한 실천의 한 방법이 지금 부탁드리는 서명입니다. 현재 만명이 조금 넘는 분이 서명을 해주셨지만 일단 십만명이 채워지면 그 십만명이 곧 백만명을 부를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구럼비는 무참히 깨지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깨진 부분은 우리가 구럼비에 보내는 마음과 구럼비를 적은 시와 구럼비를 위해 부른 노래들로 채우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 노래를 듣고 구럼비는 수백만년 축적해온 생명의 힘으로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구럼비를 지킬 작은 실천의 시작, ‘구럼비 살리기 십만명 서명운동’에 당신의 소중한 이름을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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