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28 19:49
수정 : 2012.03.28 19:49
재외선거와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많이 있지만
정치권은 지나칠 정도로 무심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재외선거가 3월28일부터 4월2일까지 시행된다. 2007년 헌법재판소가 국내 거주자에게만 선거권을 허용한 당시 공직선거법에 대해 재외국민의 선거권 및 평등권 침해, 보통선거 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2009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1972년 폐지되었던 재외선거가 마침내 40여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 개정된 공직선거법과 그 구체적인 시행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로 인하여 재외국민의 선거권 및 평등권은 여전히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문제점은 재외선거 기간이다. 이번 재외선거는 3월28일에 시작되어 4월2일에 끝난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3월29일부터 시작된다. 즉, 재외선거는 선거운동 없이 투표가 시작되어 선거운동 기간 초반에 투표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재외선거 유권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하고, 정당과 후보자들도 재외선거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두번째 문제점은 재외선거 방법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재외선거를 위해 투표소 직접투표는 물론 우편투표 혹은 위임을 통한 대리투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재외선거에서는 직접투표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재외선거의 경우 투표소가 각국의 수도나 주요 도시에만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 가까이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투표권 행사가 사실상 힘들다. 프랑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파리에 있는 주프랑스 대사관에만 투표소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다수의 재외국민들이 투표권 행사나 신청 자체를 아예 포기한 경우가 많다.
세번째 문제점은 재외선거 절차이다. 재외선거 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 수령 확인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외선거 투표소에 마련된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남기게 되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것이 단순히 투표용지 수령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이것을 통해 별도의 신원 확인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은 어떠한 목적에서든 생체정보의 수집·활용·관리에 대해서 엄격한 법규정을 만들어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를 예방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 때의 전자서명 정도면 될 텐데 지문인식 확인은 지나친 절차다.
이외에도 재외선거와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은 많이 있다. 재외선거는 국내 선거와 달리 시민사회와 언론의 견제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정부와 공무원의 중립성에 대한 특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지나칠 정도로 무심하다. 재외선거 실시에 대해 여야간 입장 차이가 있고, 국민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재외선거제도가 부활한 현 상황을 전제한다면, 재외국민의 선거권이 올바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윤석준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유럽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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