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위탁교육 누구를 위한 건가

왜냐면

이런 교육이라면 가까운 구청이나 군청 회의실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짜임새 없이 지루한 교육을 고집하는 속셈은 교육 수수료(2만2500원)라는 잿밥에만 군침을 흘리기 때문이 아닐까.

병·의원은 폐기물관리법 제40조 규정에 따라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감염성 폐기물 배출자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나도 의료인이자 환경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환경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시간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무려 6시간인 것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병·의원에서는 환자가 배출하는 감염성 폐기물을 전용 용기에 담아 전문폐기물업체에 보내 법에 따라 처리해오고 있다. 그리고 환경부에서 위탁한 교육기관(환경보전협회)이 대구·경북에서는 경산 한 군데밖에 없다. 교육받기 위해 오가는 2~3시간을 보태면 대구에서도 거의 온종일을 들여야 한다. 울진·봉화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1박이 필요할 정도다.

지난 6월17일 130여명이 받았던 내용을 되짚어보자.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을 등록시간으로 잡고 비디오를 틀어주었다.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교육은 강사인 대구 환경청 직원이 교재를 읽는 수준이었다. 가령 치과와 산부인과는 감염성 폐기물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데 전문성 없이 뒤죽박죽 섞어 교육하였다. 한마디로 난센스였다. 교육 이수자가 질문을 해도 강사는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책을 찾아보라고 강변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환경과 교수의 환경공학에 대한 일반 강의로 때웠다.

이 교육은 한 번만 받는 교육이며, 불참하면 과태료가 100만원이다. 중요한 교육임에도 대부분 간호조무사가 참석한다. 한나절 걸리는 교육을 의사에게 받으라고 한다면 반발이 커지기 때문에 아무나 받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이라면 반드시 의사가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방사선 교육은 의사만 받도록 되어 있다.

또 교육 내용상 특별한 장비나 설비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위탁교육기관 사무실에서 교육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교육이라면 가까운 구청이나 군청 회의실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짜임새 없이 지루한 교육을 고집하는 속셈은 교육 수수료(2만2500원)라는 잿밥에만 군침을 흘리기 때문이 아닐까.

이와 같은 내용을 환경부에 항의하니, 환경부 담당자는 자기 업무 소관인 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환경보전협회에 대한 감사 자료조차도 없었다. 환경부는 사설 위탁교육기관의 임무를 감시·감독할 책임을 방기하고 오히려 부실한 교육을 묵인 내지 동조해온 것이다. 법으로 시행하는 교육을 통하여 부당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장관께서는 악취나는 환경법을 깨끗이 시정해주기 바란다.

송필경/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