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구럼비를 제물로 / 김희정 |
십만년의 자연도 수백년의 마을도
애국심의 이름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오늘 구럼비의 몸이 산산이 부서져
바다로 침몰했다
야만의 정책이
죽음의 그림자를 부르고
강정마을을 초상집을 만들고 있다
내 땅도 지키지 못하면서
내 국민도 지키지 못하면서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저 오만한 생각이
사람들 마음에 불신을 심었다
자연을 제물삼아
사람을 제물삼아
평화를 지키겠다는 저 무서운 생각이
강정마을에 상복을 입혔다
제 국민의 마음 하나 읽지 못한 정책으로
바다를 지키겠다는 저 아둔한 생각이
구럼비를 죽음의 그림자로 몰았다
구럼비를 제단에 바쳐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
자연을 죽여야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거짓 평화요, 거짓 생명이요, 거짓 애국심이다
김희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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