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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29 19:54 수정 : 2012.02.29 19:54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지금까지의 학교장 역할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해마다 2월이 되면 대부분의 학교들은 인사발령으로 몹시 술렁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학교폭력으로 인해 요즘의 학교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상이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잡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내 한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젊은 교사들조차 승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의 교육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얼마 전 외신에서조차 한국의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게임중독 문제들이 한국 교육의 지나친 경쟁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꼬집었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심지어 교사들까지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오히려 제대로 된 사람을 기르는 정상적인 교육이 비정상적인 교육으로 평가받는 시대이다. 이러한 교육 형국에서 어떻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며 제대로 된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단 말인가?

매번 정권이 바뀌고 각종 사안이 터질 때마다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여전히 제로섬 상태이다. 이러한 근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교육 내면을 심각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경우를 들어보자.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하는 교사들이 충실한 수업보다는 정부에서 제시한 취업률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일이 기업체를 방문하여 양해각서(MOU) 체결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교사가 아니라 학교장이나 교육 관리자 또는 교육당국이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직접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교사와 학교한테만 책임을 떠맡기는 것은 직무유기일 뿐이다.

이뿐만 아니라 몇몇의 영리한 교사들은 학교에서 자신의 승진에 도움이 되는 일만을 수행한다. 심지어 학교장에게서 최고의 근무평정 점수를 얻으려고 동료 교사들과의 인간관계까지 파괴하고 있다. 이처럼 승진을 위한 살벌한 점수경쟁은 교사들을 자살이나 명예퇴직으로 내몰고 있다. 학교장이란 직위는 지시하고 명령만 하며 교사와 학생 앞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진정한 교육의 리더로서 공정하고 올바른 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학교장 역할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그러한 이유는 한번 학교장으로 임명되면 62살 정년까지 교장 자격증이 보장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임제로 한 사람이 8년간 교장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8년 임기가 만료된 교장들은 학교장 초빙제도를 통해 자신의 교장직위를 계속 연장함으로써 한 사람의 교장이 8년 이상 교장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대다수 교사들의 승진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선순환의 역할을 차단함으로써 젊은 교사들의 채용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순환되지 않고 오랫동안 고인 물은 썩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잊을 만하면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일어나는 학교장의 각종 비리들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학교장에 대한 보직 개념 도입과 계약제 운영이다. 외국의 학교장 제도나 대학교수의 보직제 운영처럼 학교장을 보직 개념의 계약제로 바꾸고, 정해진 임기마다 공정한 학교장 평가를 통해 재계약함으로써 능력 있고 책임 있는 리더가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교사들이 과도한 승진경쟁에서 벗어나,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누구나 학교장이 될 수 있도록 교원의 승진제도를 개편해야만 한다. 그것이 교육의 혁신이며 그래야만 학교가 산다. 윌리엄 아서 워드는 교사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보통의 교사는 말만 하지만 좋은 교사는 설명을 한다. 우수한 교사는 시범을 보이지만 위대한 교사는 영감을 불어넣는다.” 위대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말로만 지시하고 명령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영감을 교류해야만 한다. 지금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는 교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한명의 학교장보다는 다수의 위대한 교사를 더욱 원하고 있다.

남정권 교육공학박사·인천시 서구 오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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