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22 18:08 수정 : 2005.07.22 18:10

왜냐면

서울대 학생들 또한 입시 경쟁의 피해자들이다. 살얼음판 같은 입시 경쟁에서 헤어나자, 기다리는 것은 대학내에서 동료 학생들과의 경쟁어었다. 서울대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4명의 학생이 자살했다.

서울대 입시안에 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토론이 활발하다. 서울대의 한 구성원으로서 정운찬 총장과 일부 교수들의 발언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7월18일에 열렸던 최고경영자 대학 강연에서 정 총장은 “재료가 좋아야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듯이 고교 평준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고사 부활 정책을 고수하는 것에서도 모자라 이제는 노골적으로 고교 평준화까지 공격하고 있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서울대 학생들 모두 정 총장의 발언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대 학생들 또한 입시 경쟁의 피해자들이다. 살얼음판 같은 입시 경쟁에서 헤어나자, 기다리는 것은 대학내에서 동료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압력이었다.

서울대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4명의 학생이 자살했는데, 서울대 학생들이 타 학교 학생들보다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학교가 상대평가제를 도입하고 학사 관리를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서 경쟁이 심화돼 왔다. 이 때문에 ‘상대평가제 철회’ 요구가 지난 상반기 서울대 학생들의 교육투쟁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요구 중 하나였다.

당시 정 총장은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더니, 얼마 전에는 교육투쟁에서 주도적 구실을 맡았던 두 명의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 밖에까지 경쟁 조처를 강화하려 한다. 정 총장과 일부 교수들의 생각과 달리, 상당수 서울대 학생들은 ‘통합형 논술’이 본고사로 왜곡될 것이며 사교육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통합형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과외와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본고사와 똑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강남 학원가에는 벌써부터 ‘서울대 통합형 논술 대비 초등학생반’이 차려질 정도이다. 강남 8학군에서는 서울대 입시전형 설명회가 즐비하다. 정 총장은 통합형 논술을 통해 창의력을 테스트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미 통합형 논술을 겨냥한 ‘맞춤식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판에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에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은 또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다. 바로 특기자 전형이 30%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 총장은 지역균형선발제를 내세우며 서울대가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곳이 아니라고 발뺌해 왔지만, 실제로는 수도권과 대도시 출신 비율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기자 전형 확대는 강남 고교와 특목고 학생, 소위 명문고의 부유한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내신강화 방침 또한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없다. 1학기 중간고사 기간에만 13명의 고교 1년생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죽음을 선택했다. 지난 5월 본고사 부활과 내신등급제에 반대했던 청소년들은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촛불로 표현했다.

서울대 총장과 노무현 대통령 모두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에게 배워야 한다. 본고사 부활, 내신 강화는 모두 대안이 될 수 없다. 진정한 대안은 입시를 철폐하고 대학의 서열을 폐지하는 것이다. 고교 평준화를 해제할 것이 아니라, 이참에 대학도 평준화해야 한다. 정 총장은 서울대 학생들 중에도 국립대를 평준화하여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학벌구조를 개혁하자는 여론이 제법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연오/서울대 생물교육과 4학년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