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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2 18:05 수정 : 2005.07.23 10:12

왜냐면

사교육비를 극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신, 수능, 논술·구술 등 여러가지 전형요소를 엇비슷한 비율로 합산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1994~96학년도에 걸쳐 내신+수능+본고사라는 혹독한 입시를 경험했다. 그런데 당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사교육이 팽창한 지금, 최악의 입시제도가 곧 도래할 참이다.

차츰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2008학년도 입시안은 교육부의 무사안일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소신’의 합작으로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급팽창하는 사교육비에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갈 것이고, 과중한 학업부담에 자살률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 이 실험용 모르모트들은 아직 고1이기 때문에 그 실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교육부의 장담과 달리, 수능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 물론 2008학년도부터는 성적표에 수능 점수 대신 등급만 나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교육부는 수능 과목별 등급을 최저자격 기준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이 권고를 받아들인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대이고, 주요 사립대들은 상위 등급일수록 점수를 더 얹어준다. 따라서 되도록 여러 과목에서 좀더 상위 ‘등급’에 진입하려는 경쟁은 ‘점수’ 경쟁 못지않게 치열할 것이다.

논술·객관식·단답형 중심의 시험문화에서, 논술시험이 가지는 나름의 가치는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니? 사실 입시전문가들에게 통합교과형 논술은 낯선 것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수시전형에서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에서 치러온 논술문제와 1998~2001학년도에 걸쳐 서울대 학교장추천제 전형에서 치른 지필고사 문제를 종합해 보면, 적어도 자연계열(이과)에서 통합교과형 논술문제의 유형은 이미 모두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험은 문제유형과 난이도를 조금만 잘못 관리하면 본고사를 능가하는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 명백하다.

사교육비를 극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내신, 수능, 논술·구술 등 여러가지 전형 요소를 엇비슷한 비중으로 합산해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94~96학년도에 걸쳐 ‘내신+수능+본고사’라는 혹독한 입시전형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사교육이 팽창한 지금, 내신, 수능, 논술·구술 모두를 동시에 상당 수준으로 대비해야 하는 최악의 입시제도가 곧 도래할 참이다.

임박한 재앙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 수능 과목별 등급을 최저 자격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을 ‘권장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변경함으로써 수능이 실질적으로 자격고사 구실을 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논술이 본고사화하지 못하도록, 현행 정시 전형에서 치러지는 유형의 ‘일반논술’ 시험에 ‘제시문 요약’ 문제를 추가하는 정도만을 허용해야 한다. 교육부가 부랴부랴 논술교육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대책이 모두 시행되어도 일선 학교에서는 ‘통합교과형 논술’은커녕 ‘일반 논술’을 감당하기도 벅찬 처지이기 때문이다. 셋째, 논술뿐만 아니라 구술(심층면접) 시험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하여 그 문제유형과 난이도를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모두 희망하는 대학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전형을 이원화해야 한다. 즉 대학 입학정원의 70~80% 정도는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확실하게 유리한 전형방식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20~30% 정도는 내신성적이 불리해도 다른 전형 요소(논술, 구술, 학생부 비교과 영역 등)로 상당 수준 극복할 수 있는 전형방식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이래야만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같은 학교 동료들이 모두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되어버리는 ‘내신지옥’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운찬 세대’가 도래할 것인가? 경계경보는 이미 발령되었다. 이미 분주하게 자신이 취할 이익의 크기를 가늠하고 있는 사교육계의 입시전문가들을 믿지 말라. ‘대학 자율성’을 명분으로 임박한 재앙에 눈감고 있는 언론을 믿지 말라. 교육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구렁이처럼 담 넘어가려는 김진표 장관을 믿지 말라. 무엇보다도 “교육부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된다”는 명분으로 서울대의 사회적 책임을 면책하고 고교 평준화마저 흔들고 있는 정운찬 총장을 믿지 말라. 이제 학생과 학부모들이 스스로 지켜야 할 때다. 이범/강남구청 인터넷강의 과학탐구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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