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판결문에 충분한 판결이유를
알기 쉽게 담아줄 것을 제안한다 사법부는 석궁사건에서 이러한 시대 변화를 알아채고 실체적으로 그리고 절차적으로 시민들이 승복할 수 있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김명호를 엄단하는 방법으로 사법부에 도전하는 자들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만을 천명하였을 뿐, 시민들이 진정으로 판결에 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 것 같지 않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법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시민들이 느끼는 법원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부러진 화살>의 흥행이 사법부의 개선 노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사법부에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소통’이다. 사건 당사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사건 당사자의 증거신청을 최대한 받아주고 자의적으로 증거신청을 기각하지 말기 바란다.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건 당사자들은 판사가 자기 말을 안 들어 주고 증거신청을 부당하게 기각했다는 말을 한다. 영화 <부러진 화살>도 마찬가지의 이의제기를 한다. 판사가 보기에 증명이 필요한 사실과 관련성이 적다고 판단되더라도 ‘혈흔 감정 신청’을 받아주었다면, 판결의 부당성 시비는 이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판사가 증거신청을 기각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많은 경우 이미 제출된 증거만으로 사실판단이 가능하다는 심증이 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심증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현재 증거결정은 법관의 자유재량이라고 보는 것이 판례이나, 이제는 이러한 판례도 변경될 때가 되었다. 자신의 권리를 위한 사건 당사자의 증거신청은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는 법원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이제 시민들은 자신들이 모든 사실을 알 수 있다는 태도로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카리스마적인 판사보다는 자신들과 소통하며 진실을 함께 찾아나가는 좀더 인간적인 판사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둘째, 판결문에 사건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판결 이유를 알기 쉽게 담아 달라는 것이다. 아직도 사건 당사자들은 법관의 판결을 어려워하고, 판결 이유에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형사판결문의 경우 검사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확인하고, 재판에서 쟁점이 되었던 사건 관계인의 주장을 간단히 설시하는 경우가 많아 피고인이 항소를 통해 무죄를 주장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제는 더 이상 법관에 의한 판결이라는 사실만으로 재판의 권위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다. 사법부는 사건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위하여 최대한 다툴 수 있는 절차적인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의 주장을 수렴하여 사건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문을 통하여 실체적 정당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두 개의 과제가 법관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은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판사에게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한 것이 사건 당사자에게는 <법과 싸우는 사람들>에 나오는 표현처럼 ‘우주보다 큰 사건’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석궁사건을 방지할 수 있고, 사법부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방편이 될 것이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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