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1.25 19:37
수정 : 2012.01.25 19:37
최소한의 인성교육적 측면에서
봉사활동 시수를 확보하는 것인데
그마저도 축소해 버린다니…
서울시교육청이 1월 초, 초·중·고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봉사활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학교 밖에서 해야 하는 자원봉사 확인서를 확보하는 식의 개인봉사를 줄여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면서 대신 학교 안에서 봉사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곽노현 교육감 부재중에 발표됐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에 의한 봉사활동과 개인 봉사활동이 통합되고 고등학생의 경우 연간 25시간에서 20시간으로 이수시간이 줄어드는데, 이 자원봉사 시간 축소에 대해 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평소 청소년의 인권과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곽노현 교육감의 평소 교육철학에 비한다면 아이들의 인성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자원봉사 시간을 축소한다는 것이 과연 곽 교육감의 정책인 것인지, 교육적으로는 적절한지 하는 점이다.
이 발표 배경에는 ‘불확실한 확인서 위주의 봉사활동은 의미가 없다’,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데 봉사 일감도 잘 찾을 수 없는 형편에 시간을 허비해야 되겠느냐’는 논리가 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교육청이 ‘자율이 아닌 타율로 이루어지는 형식적 봉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앞장서 주장한다면 이는 교육당국 스스로 자신들의 의무를 방기해왔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후안무치한 일이다. 청소년들이 자원봉사를 할 일감이나 수요처를 찾지 못하는 것은 입시 위주로 편중된 기형적 교육시스템 때문이지 청소년들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규수업에 보충수업, 학원으로 이어지는 청소년 생활패턴이 교육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으니 최소한의 인성교육적 측면에서 자원봉사활동 시수를 확보하는 것인데, 청소년과 학부모가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유로 그마저도 축소해 버리면 이는 그 시간에 학원이나 한군데 더 다니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수요처와 일감을 청소년들이 잘 찾을 수 없고 형식적인 봉사가 대부분이라 봉사 시수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오히려 문제점을 보완하고 의미있는 봉사 내용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고 보완해야지, 시간을 축소해 버리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헌혈 1회에도 4시간의 봉사 시간을 인정해줄 뿐만 아니라 방학 때 봉사캠프만 참가해도 족히 5~10시간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데, 교외 봉사활동 권장시간 8시간을 투자할 대상도 없고 찾기도 어려워 봉사 시간마저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건 시간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가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자원봉사에 처음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시작하다가 그 안에서 점점 의미를 찾아가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폭력 문제로 청소년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당국의 자원봉사 시간 축소는 마치 청소년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창의·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창의적 체험활동을 정식 교과 시수로 편성까지 한 마당이기에 자원봉사활동은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본인이 부재중일 때 시행된 이 제도에 대한 곽노현 교육감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영일 청소년지도사·엔지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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