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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20 16:13 수정 : 2012.01.20 19:33

지나친 경쟁과 가정의 보호기능
약화라는 두 원인을 동시에 제거할
치료형 대안학교 제대로 운영해야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대책의 방향은 그동안의 온정주의가 학교폭력을 심화시켰다는 진단을 토대로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처벌 사실을 기록하여 초·중학생은 졸업 뒤 5년, 고등학생은 10년간 보존해 고입·대입 전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이다. 가해 학생에 대한 강제전학이나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만 14살에서 12살로 낮추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엄벌주의가 과연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은 ‘악’하지만 폭력학생은 ‘약’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들의 행위는 미워하되 행위자는 미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가해 학생도 피해 학생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이들은 가정과 학교,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비뚤어진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런 아이들을 엄벌에 처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고, 아이들은 범죄자로 낙인찍혀 평생 사회 부적응자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대책은 가해 학생이 비뚤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아이들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제안된 대책 중에 가장 효과성이 기대되는 방안은 전국 7곳에 지정된 위탁형 대안학교 ‘위(Wee)스쿨’을 16개 시·도에 한 곳씩 확충하기로 한 대책이다. 위스쿨은 학교폭력이나 학교 부적응 등 위기 학생을 위해 도입된 기숙학교로, 학력이 인정되는 공교육과 전문적인 치료·상담 등이 이루어짐으로써 교육과 생활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치료형 대안학교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해 학생 개인의 기질적인 측면도 있지만 입시 위주의 지나친 경쟁교육과 가정의 보호기능 약화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위스쿨은 경쟁교육을 완화하고 협동교육을 지향하면서 약화된 가정의 보호기능까지 대신함으로서 학교폭력의 두 가지 원인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위스쿨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첫째, 위스쿨의 교육대상 학생 선별과정이 필요하다. 위스쿨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뿐 아니라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위기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이다. 따라서 비행성의 정도가 심각하여 치료가 불가능한 수준의 가해 학생인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별도의 대안학교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전에 충분한 심층상담과 비행 성향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을 통해 개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위스쿨에서는 ‘회복적 정의’의 구현을 위한 중재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를 엄벌하거나 격리한다고 해서 피해자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응보적 정의는 실현할 수 있겠지만 학교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회복적 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을 통해서만 피해자가 치유될 수 있고, 피해자의 용서를 통해서만 가해자도 치료될 수 있다. 가해 학생은 무조건 격리해서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회복적 정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함께 교육하는 것이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위스쿨이 약화된 가정의 보호기능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은 가정의 보호기능이 약화되고 보호자의 보호능력이 결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위스쿨의 교사는 학교교육뿐 아니라 가정의 부모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10명 이내의 소규모 학급 편성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에 충분한 애착 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조기 개입은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충분한 인원의 교사 배치와 과감한 예산 편성이 요구된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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