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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1 19:28 수정 : 2012.01.11 19:28

장기간 계속된 사료값 고공행진에
4대강 사업의 불똥까지 튀어…
무식한 정부는 사육두수 증가가
원인이라며 오히려 가격하락 부채질

현장에서 직접 소 사육을 하며 한우 농가 단체의 한 대표자로서 뛰고 있는 입장에서 이 글을 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송아지 및 암소 가격 폭락사태는 일종의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전체적인 수급을 기초로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의 반응이다.

먼저 송아지와 암소에서 폭락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고기소인 거세 수소의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거세 수소 값은 구제역 이후에 지난여름에 바닥을 쳤고 추석을 지나며 약간 반등하여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가 궁금하신 분은 직접 농림수산식품부나 축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확인해 보라. 고기소인 황소의 가격이 별 변동이 없다는 것은 시장에서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하나 더 제공하겠다. 한우의 전체 사육두수는 이미 감소하고 있다. 현장에서 이력추적제에 근거하여 매월 말일에 사육두수를 조사하여 정리하고 있는 의성한우협회의 자료를 보면, 의성군의 한우 사육두수는 지난해 7월 최고 4만두를 꼭짓점으로 매월 줄어 11월 말 현재 3만5400여두이다. 4개월 사이에 무려 10% 이상 줄었다. 급속한 감소 추세이다. 이러니 당장 수급 문제로 인해 가격 폭락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특이하게 송아지의 공급이 늘었는가? 이는 더욱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송아지의 공급이 매우 달리는 시점이다. 작년 구제역의 발생으로 인해 가축 및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어 인공수정이 불가능했던 어미소들 때문에 지금부터 당분간 시장에 나올 송아지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시장의 수급과 관련 없이 암송아지와 어미소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가?(암송아지와 어미소의 가격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는 어미소의 가치실현은 송아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송아지 가격이 떨어지면 그 생산재인 어미소의 가격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한우산업의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한우는 소농인 번식농가와 상대적으로 대농인 비육농가(고기소 농가)로 크게 구별되는데, 대부분의 송아지는 한두마리에서 20두 미만의 번식농가에서 생산하고 이 송아지를 공급받아 비육농가에서 사육하여 시장에 고기소로 공급한다. 여기서 상대적인 대농인 비육농가도 경영구조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이들은 이제 겨우 농업 내부의 분화가 진행되어 비육농가로 전문화되고 있는 중이어서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세농에서 공급하는 송아지를 사들여야 하는 비육농가들의 구매력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송아지 시장의 수급이 깨졌고 곧바로 가격 폭락현상으로 번졌다.

이제 왜 비육농가에서 송아지를 사들일 능력이 없어졌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첫째는 장기간 계속된 사료값의 고공행진이다. 최근 2년 동안 사료값은 40% 이상 올랐다. 국제 곡물시세의 상승으로 인한 원료값 인상이 주원인이나 이를 그대로 농가에 전가한 정책 당국의 무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국의 경우 안정기금을 두어 시장의 급변현상을 완충시켜주기 때문이다. 큰 소를 팔아서 사료값 갚고 생활비 쓰고 송아지를 사야 하는데 사료값 갚기도 바쁘다.

조사료(목초·건초 등 섬유질의 함량이 높은 사료)값도 이에 못지않게 올랐다. 최근 몇년 동안 양질의 조사료를 생산하여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농가가 합심하여 벌인 결과, 조사료 생산이 질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의 불똥이 여기에도 튀었다. 조사료 생산의 상당 부분이 하천변에서 이루어졌는데 작년엔 이것이 불가능했다. 또 하천을 파 뒤집은 토사를 처리하기 위해 토지 리모델링 사업을 하느라 상당한 농지가 벼농사를 짓지 못하고 휴경을 했는데, 그만큼 볏짚도 모자랐다. 비싼 사료는 돈을 주면 그나마 살 수 있지만, 되새김 동물인 소에게 필수적인 조사료는 돈을 줘도 구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이 모두 비육농가의 경영부담이 되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것이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비육농가들이 정부의 정책자금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작년부터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사료구매자금을 이 정부에서 알뜰하게 거둬들이고 있다. 5~6% 정도 이율로 쓰는 정부자금인데 만기가 도래하는 즉시 거둬들인다. 과거 정부에서는 상황이 어려울 때는 이자 받고 상환기일을 연장해 주곤 했는데 지금 정부는 이것을 외면한다. 그러니 농가 입장에서 당장 경영도 어려운데 꼬박꼬박 빚쟁이가 찾아오니 새로 송아지를 입식할 수 없다. 구매자의 구매능력이 없으니 송아지값은 바닥 없이 내려 꽂힌다.


다시 말하지만 송아지는 소농에게서 생산된다. 소농은 한우 사육에 목숨을 걸고 있지 않다. 당장 타산이 맞지 않으면 털고 만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한우산업이 붕괴된다. 밑바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송아지 가격 하락현상을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무식한 정부는 송아지 안정기금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의 가격 폭락을 한우 사육두수의 증가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오판하고 있다. 이 얘기가 오히려 송아지와 암소의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무식만큼 더 큰 죄도 없다.

김현권 현장 축산인·경북 의성 한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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