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스쿨폴리스에 반대한다 / 김재형 |
폭력은 쉽게 자기를 조직하는데공공적 가치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청소년 조직화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가치는 정치이고, 정치는 조직을 통해 자기를 드러낸다.
우리 사회는 크게 봐서 폭력 사회이다. 외형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여러 가치(경쟁·자유·효율 등)도 그 내면에는 폭력성이 깔려 있다. 이런 사회에서 폭력을 기반으로 한 조직은 쉽게 이루어진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일진회’는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조직이 가능하다. 늘 이게 의문이었다. 폭력은 이렇게 쉽게 자기를 조직할 수 있는데, 공공적 가치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청소년 조직화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몇년 전부터 마을에 민주적 가치에 기반을 둔 청소년회를 만드는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걸 여러해 동안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는 잘 안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폭력조직이 부럽다. 어떻게 해서 저렇게 잘 조직되고 거리낌 없이 폭력을 중심에 둔 활동을 해낼 수 있을까? 그것도 아무런 사회적 지원 없이도….
민주적 청소년회는 일차적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 아무리 의미있고 중요한 실천을 해도 학생들은 관심이 없다. 둘째로 부모들의 견제를 꾸준히 받는다. 부모들은 민주적 청소년회 활동이 학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민주적 청소년회에 참여하는 걸 꺼린다. 교사들이 원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얌전히 공부나 하는 아이가 편하지,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는 아이는 불편하다. 지역 사회는 민주적 청소년 활동을 하는 단체를 향하여 ‘날라리’라고 비난하기 일쑤다.
어떤 사회이든 개인의 힘으로 거대한 사회적 흐름에 대응할 수 없다. 서로의 힘을 모으는 조직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청소년은 우리 사회 어느 계층보다 사회적 억압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자기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청소년 조직화는 청소년 자신과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안 된다.
조직이 꼭 필요한 사회에 조직이 없으면 그 자리에 독버섯처럼 폭력은 스스로를 조직한다. 폭력은 스스로를 조직화해본 경험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민주적 청소년회를 조직화하려고 했을 때 학생들은 민주적으로 조직화하는 순간 폭력조직이 점거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대학 총학생회까지 폭력조직이 점거하는 상황이니).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 기반이 약화되어서 폭력을 견제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적 가치를 지켜주는 죽곡농민열린도서관과 청소년공부방을 가지고 있는 우리 마을에서조차 이 정도이니 다른 곳은 말해 무엇하랴.
청소년 폭력을 경찰의 힘으로 막기보다 청소년 스스로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조직화를 돕자.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능성이 열린다. 전국에 수천곳인 지역아동센터·청소년공부방은 복지적 관리가 아니라 청소년의 민주적 조직화를 통한 자율과 자치 역량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아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청소년공부방에 대해 중앙 정부는 끝내 지원을 끊었고, 청소년 조직 폭력은 더 심해지고 있다. 학교에 경찰을 상주시키는 것보다 청소년공부방을 지원해서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게 돕는 게 훨씬 효율성이 높다. 경찰 1명 급여가 청소년공부방 1년 예산을 넘는다. 아직도 얼마나 중요한 가능성을 놓쳤는지 모르는 게 우리 현실이다. 지역 사회의 도움 없이 청소년 폭력에 대응할 수 없다.
김재형 전남 곡성 죽곡농민열린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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