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28 19:53
수정 : 2011.12.28 19:53
3년 전 촛불 시민을 향해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끝내
마지막 해에 철도 민영화를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케이티엑스(KTX) 분할 민영화 카드를 꺼냈다. 2015년 개통하는 수서역 출발 케이티엑스를 민간사업자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서울역발 한국철도공사의 케이티엑스와 수서역발 민영 케이티엑스가 부산역을 향해 경쟁을 벌이므로 효율성이 높아지고 요금은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의 설명치곤 너무 일면적이다.
첫째, 케이티엑스 민영화에 따른 손익 추정이 공정하지 못하다. 수익은 민간자본한테 가고, 손실은 정부와 국민이 떠맡는 꼴이다. 철도공사 내부에서는 유일한 흑자 노선인 케이티엑스가 적자노선들을 도와주는 교차보조가 행해지고 있다. 앞으로 서울 강남권의 교통허브가 될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케이티엑스는 황금 노선이 될 터인데, 전체 철도에서 이것만 떼어내어 생기는 요금 인하는 ‘경쟁 효과’가 아니라 거의가 교차보조 해소에 따른 것이다. 대신 요금 인하 폭은 주주이익을 공제해야 하기에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교차보조가 사라지는 만큼 서민과 물류수송을 위한 새마을호, 무궁화호, 화물열차 등에선 요금 인상과 노선 축소가 초래될 것이다. 또한 고속철도 운영자가 이원화하면서 안전관리, 사고책임 규명 등에서 틈새가 커질 개연성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민간사업자에겐 케이티엑스 민영화가 매력적인 물건이겠지만, 국민에게 부담과 재앙으로 다가온다.
둘째, 정부가 기대하는 케이티엑스 경쟁체제 도입도 근거가 희박하다. 철도는 선로를 토대로 하는 산업이다. 공사철도든 민영철도든 선로를 따라 다닐 수밖에 없기에, 우리가 열차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조건은 노선과 시간대이지 운행회사가 아니다. 만약 내가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이용한다면 그것은 민영회사가 철도공사보다 경쟁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내 위치에서 수서역이 더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15년 전 영국 보수당은 철도 경쟁체제를 외치며 열차운행을 25개 회사로 과감히 분할해 민영화했다. 경쟁이 발생했을까? 25개 노선별로 독점 운행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주주이익을 보장해야 하기에 요금은 더 올라 일반승차권이나 정기권 모두 유럽에서 최고 수준이고, 고속철도는 거의 2배에 달한다. 사실 광역 교통수단에서 경쟁이라면 저가항공·고속도로와의 경쟁관계가 더 유의미하고 이는 현재 철도공사 체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시설투자비와 정부 정책에 따라 구속되는 요금에서는 조정 범위가 크지 않지만 서비스와 관광 연계상품 개발 등에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정부가 제시하는 케이티엑스 민영화 관련 연구의 신뢰성 역시 약하다. 정부는 민간업자가 케이티엑스를 운행하면 현행보다 요금을 20% 내릴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인하 폭을 극대화하려는 수치 작업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민영 케이티엑스는 기존 역사나 차량기지를 최저가로 임대 사용해 철도시설의 초기투자 부담을 지지 않고, 인건비와 경비는 철도공사에 비해 75%만 지출하는 것으로 가정됐다. 대신 열차 운행 수를 지나치게 늘려 잡는 등 예상 수입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참고로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기관은 인천공항철도, 용인경전철, 김해경전철 등 민간운영 철도의 수요 예측 오류로 악명을 얻고 있는 한국교통연구원이다.
3년 전 촛불 시민을 향해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끝내 정권 마지막 해에 철도 민영화를 내놓았다. 내년 6월까지 민간사업자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고 건설회사들이 후보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깨닫기 바란다. 케이티엑스 민영화가 ‘경쟁체제’로 포장된 토건자본 ‘특혜’ 조처임을 국민들이 금방 알아차릴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적 저항과 사회적 비용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점을.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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