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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14 19:49 수정 : 2011.12.14 19:49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가을걷이를 끝내고 난 지금 이곳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벌판과 습지에는 겨울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멸종위기종으로 호명되는 큰기러기, 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흰꼬리수리, 개리, 저어새, 말똥가리, 매들만이 아니라 49종의 다양한 새들이다. 물론 새들만이 아니다. 삵, 맹꽁이,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 동물을 비롯해서 540여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한반도의 동서 생태계가 남북 생태계와 만나고, 해양 생태계와 육지 생태계가 교차하는 디엠제트 서부지역이 생태적 보고라 불리는 까닭도 그래서다. 그러나 이곳은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보호장치 없이 개발 욕망에 노출되어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롭기도 하다.

2010년 환경부가 ‘디엠제트 일원의 생태계 보호’라는 옳은 명분을 가지고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한걸음을 내디뎠을 때 뜻있는 이들은 ‘늦으나마 참 다행’이라고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 그 희망은 관료적 편의주의와 성과주의에 얼룩지고 있다. 보호지역 지정이 핵심 지역 가운데 최우선 순위로 손꼽혀온 장단반도 사천강 일대 습지와 초평도를 빼놓은 채 졸속으로 강행되고 있어서다. 최초 계획에는 이들 지역이 포함되어 있었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실시된 환경부의 연구에서도 이들 지역은 14개소의 보호지역 후보지 가운데 생태적 건강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어느새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것이다.

환경부는 파주시와 지주가 반대하여 그리한다고 해명했다. 북한강 유역에서 농사를 짓던 팔당 농민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오랜 저항을 외면한 채 4대강 개발을 밀어붙인 정부의 사업 태도를 잊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뜻밖의 일이다. 개발할 때는 힘차게 밀어붙이더니 보존할 때는 맥없이 뒷걸음질을 치는 모양새이니 말이다. 환경부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하나 그 또한 편파적이었다. 그동안 디엠제트와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해 온 수많은 공익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 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지역을 제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경기도 산하 개발연구원의 의견조차도 근거 없이 배제하고 있다.

환경부의 이러한 행보는 행정의 일관성이라는 점에서도 합당하지 않다. 2000년 이래 10여년간 파주시는 끈질기게 이곳 임진강 하구 지역에서 골재를 채취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럴 때마다 환경부는 제동을 걸었다. 2003년에는 공사를 중단시켰고 2004년과 2006년에는 개발 구간을 바꿔가며 허가를 받으려 할 때도 이를 만류했다. 이 지역의 생태계 보존이 명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동일한 지역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보호지역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그 보전을 공고히 해야 할 때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제외된 이 지역에는 행정안전부의 접경지역 개발계획을 비롯하여 경기도와 파주시 차원의 개발 계획들이 즐비하다. 이들 디엠제트 서부지역이 서울 근교의 미개척지로서 앞으로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개발 잠재력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욕망이 맹렬하게 들끓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환경부는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합의해 낼 방도를 가다듬어야 한다. 더불어 지주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액을 책정하여 억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4대강을 죽인 것에 더해, 보호지역이라는 분칠로 디엠제트 습지 파괴의 길을 열었다는 오점을 얻게 될 것이다.

이현숙 파주환경운동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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