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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12 19:34 수정 : 2011.12.13 13:47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이 에콰도르의 전직 장관인 페드로 파에스 교수를 만나서 에콰도르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국인 에콰도르도 폐기를 해냈는데 우리도 해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얼마 전 언론에서 보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에콰도르의 정치,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미국과의 에프티에이가 미국의 법, 제도와 가치관, 즉 그들의 ‘선진적’(?) 문화를 상대국에 이식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에콰도르 이외에 볼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에프티에이에 반대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돌아보게 한다.

오랫동안 오직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을 위한 치열한 경쟁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지만 그런 문화와는 ‘다른’ 문화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특히 안데스 지역의 국가들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후 강하게 부각되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공동소유와 공동분배의 사회적 연대가 강한 원주민 문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에콰도르에서 원주민 운동단체(CONAIE)와 대중에 의한 1990년의 가두시위로부터 시작된 사회운동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복수국민국가’의 인정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지속적인 투쟁의 결과 에콰도르에서는 2008년에 통과된 새로운 헌법에 ‘복수국민국가’가 명기되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강조하는 거시 경제 지표의 성장은 소수만이 행복하게 되는 데 반해,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다른’ 인식론적 가치관을 헌법이 인정한 것이다. 또한 근대국가의 단일국민국가의 신화를 깨뜨린 것이다. ‘보편적’(?)인 개인주의 문화 외에 원주민 문화에 뿌리박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수평적 연대의 관계와 생태적 소농을 중시하고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다른’ 문화를 병행시키자는 것이다.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수막 카우사이’(Buen Vivir, 참으로 잘 사는 것)라고 하는데 신헌법 제7장에 명기되어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런 ‘다른’ 문화의 힘이 에프티에이를 반대하는 동력이 됨을 우리 사회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멕시코는 원주민 문화의 비중이 작지 않지만 이미 반쯤 실패한 멕시코 혁명(1910~1920) 이후 원주민 문화를 ‘비원주민화’ 하는 문화정책이 오랫동안 펼쳐진 국가이다. 현재 멕시코는 정치·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사회적으로 개인들의 심성이 매우 황폐화된 사회가 되어 있다. 안태환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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