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7 19:40
수정 : 2011.12.07 19:40
정부는 선진사회 진입을 위해
공공부문 단결권 보호 협약 등
ILO 핵심 협약부터 비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12월9일로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20돌을 맞는다. 국제노동기구는 권고와 협약이라는 형태로 국제노동기준을 정하고, 회원국에 대하여 협약을 비준하고 권고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협약과 권고는 국제노동법 또는 국제노동기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노동기구의 기본정신은 노동기본권의 보장으로 집약되며,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은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151호(공공부문에서의 단결권 보호 및 고용조건의 결정 절차에 관한 협약) 등이다. 경찰과 군인을 제외한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국제노동기구는 노동기본권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이사회 산하에 ‘결사의 자유 위원회’를 설치하여, 협약의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회원국들에 대한 제소를 접수하여 심리하고 권고를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 가입 당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그리고 1998년 국제노동기구 고위급 노사정대표단 방한 당시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을 약속하였으나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위 3개의 핵심 협약 어느 것도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공무원들의 투쟁과 국제적 지적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06년부터 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수많은 제한이 있다. 형사처벌을 무기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해서 5급 이상 공무원과 6급 이하 공무원 중 일정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단결권을 박탈했다. 단체교섭 사항도 법령이나 정책에 관한 사항을 제외함으로써 엄격하게 한정했다. 기본적인 정치활동도 금지했다. 국제노동기구가 수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공무원의 제한 없는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보장’을 권고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사회적 파트너가 아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듯한 적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공무원 노동기본권은 앞으로 진전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후퇴했다. 신고제로 운영되어야 할 노동조합 설립신고는 위헌적인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및 6급 공무원 가입 등을 트집 잡아 통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 법내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부정하고 있다. 공무원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 행사에 대해 집단행위금지 위반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및 파면·해임을 포함한 중징계가 감행되고 있다. 직무수행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정당 후원 행위에 대해서도 대규모 기소 및 징계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공무원 노동기본권 현실은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지극히 후진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후진적이고 비정상적이며 노동적대적인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제노동기구는 2015년까지 회원국들의 핵심 협약 비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가입 20돌을 맞는 한국으로서는 선진사회 진입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인 87호, 98호, 151호 협약을 비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선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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