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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5 19:32 수정 : 2011.12.05 19:32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당신네 양계장은 구식이다. 돈 벌고 싶으면 시설 개선에 투자해라. 현금이 없어 걱정이라면 대신 빌려주마. 농부, 당신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판로도 문제없다. 당신이 키운 토실한 암탉을 몽땅 인수하겠다. 당신의 연간 수입은 당장에 2만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다!

10년쯤 전 미국의 기업들은 이런 말로 미국 농민들을 꼬드겼다.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백만명의 미국 농민들이 이와 같은 유혹의 언사에 넘어갔다. 그리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한 끝없는 경쟁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악마의 맷돌이었다. 경쟁의 늪에 빠진 미국 농민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나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부작용이 심했다. 이웃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자 농촌공동체는 와해되었다. 농민은 농가운영권마저 기업에 빼앗긴 채 기업의 명령에 복종하는 농업공장의 단순노동자로 전락해갔다. 그나마도 생존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이는 극소수였다.

대기업만 승승장구했다. 카길, 에이디엠, 루이드레퓌스 등의 영토는 미국의 국경선 너머로 확대되었다. 덕분에 값싸고 품질 좋다는 쇠고기와 오렌지 주스 따위가 세계시장에 넘쳐난다. 그러나 그들 대기업이야말로 이 세상의 농촌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그들이 강요하는 생산방식은 더 큰 두통거리다. 화학비료와 농약도 극약이지만 가축공장에서 날마다 쏟아지는 분뇨는 지구를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 몰아간다. 공장식 농업경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거리가 멀다. 그것은 인간 생존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카길 따위의 야욕이 숨어 있다. 사정을 누구보다 환히 아실 분이 각하다.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란 법 없다.” “농민도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갖는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양계장만 뜯어고치면 된다는 이런 허튼소리! 각하는 그럴 분이 결코 아니시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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