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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1 19:35 수정 : 2011.11.21 19:35

이수경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국제항공권 구입 때 1000원씩 내
가난한 나라 어린이를 돕는
빈곤퇴치기금 폐지가 논의된다는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당신이 숫자 여섯개를 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상 어딘가에서 어린이 한명이 제대로 먹지 못해서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유니세프에 따르면 해마다 5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서 일어나는 영양불량으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섭취된 에너지 때문에 비만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세상에는 아직 배고픔과 그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많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약 1억5000만명의 어린이가, 혹은 어린이 네명 중 한명이 영양불량으로 저체중 현상을 보일 정도이다. 이러한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 보지 못하고 폐렴이나 설사 같은 단순한 병으로 사망하거나,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이 좋지 않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여 수입이 적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 한국국제협력단의 요청으로 사업타당성 조사를 위해 영양불량 문제가 심각한 에티오피아의 오지 마을 두 곳을 방문하였는데 마음속의 사진 한장과 화두 한가지를 담고 돌아왔다. 오지 마을을 방문해서 한 좋은 일은 그 동네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좋은 여가거리를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오지 않는 외국인, 그것도 동양 여자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지만, 그 아이들을 보는 필자는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 아이들에게 영양불량의 흔적이 너무도 명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도 사진처럼 마음에 남아 있는 한 아이는 누이의 등에 업혀 있었는데, 단백질 결핍증인 콰시오커의 교과서적 증세를 모두 보이고 있었다. 수확한 식량이 떨어져갈 무렵에 그곳을 다시 방문한다면 그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맞아줄까? 더구나 에티오피아·케냐·소말리아는 현재 최악의 기근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담아온 화두 한가지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관련된 것이다. 에티오피아 오지 마을로 가는 길과 오지 마을을 돌아보며 계속 든 생각은 ‘한국은 가난의 늪에서 어떻게 탈출했을까’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의 한국은 그 에티오피아 오지 마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한국은 도대체 어떻게 겨우 60여년 만에 가난을 떨치고 현재의 한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 에티오피아 오지 마을 사람들도 조금은 덜 배고프고 조금은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은 최빈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의 국가로 이 질문의 답을 경험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경험과 결과물을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나누어 줄 의무가 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국제항공권을 구입하면 1000원씩 빈곤퇴치기금을 의무적으로 내게 된다. 이렇게 모은 티끌이 매년 150억원 정도가 된다고 하니, 그리고 그중 40% 정도는 외국인이 내는 것이라고 하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빈곤퇴치기금은 아프리카의 질병퇴치를 위한 민간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를 통해 턱없이 부족한 의약품을 제공하고,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너무도 필요한 백신을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 이 기금은 2007년에 5년을 기한으로 시작되었기에 내년이면 만료가 된다고 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의 어린이 수는 만료가 되지 않았다. 누구나 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이어서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는데, 1000원이라는 액수는 해외여행에 필요한 액수에 비하면 무척 적은 수준이지 않은가? 항공여행이 일으키는 환경오염을 이렇게 되돌린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작은 티끌이 모여 잘 사용되면 제 누이 등에 업혀 큰 눈이 더 커 보이던 그 아이도 영양치료를 받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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