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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1 19:26 수정 : 2011.11.21 19:26

편근영 전남 영광군 묘량면 월암리
힘없는 농민들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농민들에게 그만 농사 포기하란다

나는 작년에 귀농을 해서 한우를 키우면서 축사 옆 작은 텃밭에다 각종 채소를 심었다.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오이도 심고, 옥수수며 감자도 심었다. 가을에는 열무랑 배추도 심어서 김장 걱정은 하지 않는다. 작년에 배추값이 폭등을 하고, 올해는 반대로 배추값이 폭락을 해도 나는 전혀 상관없다. 내 먹을거리는 내가 직접 재배를 해 먹으니 말이다. 그것도 무농약으로 말이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는 세계 곡물가격이 오르든 말든 먹을거리만큼은 큰 문제가 없었다. 시골에서 아직도 ‘돈 안 되는’ 쌀농사를 하시는 농민들이 꿋꿋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밀의 경우 처음에는 수입 밀가루를 헐값으로 팔아서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게 되자 야금야금 가격을 올려 결국에는 비싸게 팔아도 어쩔 수 없이 사먹고 있다. 다행히 의식있는 몇분의 고집스러운 노력으로 우리 밀이 다시 재배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농업 통계를 알려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누리집(www.krei.re.kr)에서는 최근 한우 가격을 예년과 비교한 자료를 볼 수 있다. 힘들게 키운 한우 암소 가격이 380만원대이고 수소는 320만원대이니 사료값을 제하면 오히려 손해가 난다. 평년에 비하면 150만원가량 떨어져 30% 정도 하락했지만 오히려 사료값은 30% 정도 상승했으니 한우 농가들의 체감소득은 5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느껴진다.

송아지는 하락 폭이 더욱 크다. 200만원이 넘던 송아지값이 암송아지 120만원, 수송아지 15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이는 예년 평균에 비해 암송아지가 40%, 수송아지가 30% 하락한 셈이지만 전에는 4~5개월령 송아지가 거래된 반면 지금은 대부분 어미 젖을 떼고 나서도 3개월 이상 사료를 먹인 다음 출하를 해야 제값을 받으므로 새끼를 낳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암소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더욱 커다란 복병이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 한우 농가들의 살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힘없는 농민들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농민들에게 이제 그만 농사를 포기하란다. 농사 포기하고 자동차 몇대 더 팔고 휴대전화 몇대 더 팔면 그 돈으로 농민들 다 먹여살리겠다는 것인가? 시골 할머니·할아버지들 모셔다가 자동차 만드는 공장에라도 취직시켜주겠다는 것인가? 지금도 돈 잘 버는 삼성·현대 재벌들 돈 더 벌라고 돈도 못 버는 농민들에게 희생하라는 것 아닌가? 그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라고 떠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라가 할 일은 1%의 재벌들 배불리는 것보다 99%의 국민들 배곯지 않게 하는 게 우선 아닌가? 왜 힘없고 가난한 농민들이 힘있고 배부른 재벌들을 위해 희생돼야 하는가? 그야말로 농자천하지소본(農者天下之小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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