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11 19:44
수정 : 2011.11.11 19:44
유성룡 입시분석가·티치미 대학진학연구소장
11월10일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이번 수능시험이 어떻게 출제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던 때에 서울대가 2013학년도 입학전형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의 요지는 매우 간단했다. 수시 선발 인원을 전체 모집 정원의 80%가 되도록 늘려 선발한다는 것과 미술·음악 등 예능계열을 모두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서울대의 변화를 단순하게 수시 선발 인원을 늘렸다고만 볼 수 없어 고민스럽다. 특히 쉬운 수능시험(?)이라고 불려진 2012학년도 수능시험이 실시되는 날 발표되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도 하다. 쉽게 생각하면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 1단계에서 수능시험 성적으로 2배수를 선발하는 정시 일반전형의 변별력이 떨어져,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처로 수시 선발 인원을 늘린 것이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다. 일종의 쉬운 수능시험에 대한 보완책! 하지만 서울대가 우리나라 대학입시를 선도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서울대 지원 전략에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학생부가 우수하면 수시 지역균형선발 전형에, 학업 능력과 전공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있으면 수시 특기자 전형에, 그리고 수능시험과 논술고사에 자신있으면 정시 일반 전형에 지원하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수시 특기자 전형을 일반 전형으로 변경하면서 모집 인원도 정원 내 전체 모집 정원(3124명)의 55.5%인 1733명으로 늘려, 앞으로 서울대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수시 지원을 적극 고려하는 전략을 구상해야만 할 것 같다. 이는 수능시험과 논술고사 대비로 정시 일반 전형에 지원하고자 하는 재수생들도 마찬가지다. 정시 일반 전형의 모집 인원이 2012학년도에 1213명에서 643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서울대에만 그치지 않고 연세·고려대 등 여러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등록 충원을 처음 실시한 2012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유례없는 높은 지원 경쟁률로 수시 효과(?)를 본 중·상위권 대학들이 서울대의 수시 선발 인원 확대를 반기며 이를 어느 정도 반영할 수도 있어 더욱 그렇다. 만약 201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중·상위권 대학들이 수시 선발 인원을 80%로 확대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중심축이 정시모집에서 수시모집으로 이동되면서 국가고시인 수능시험보다 대학별 고사인 논·구술 등이 더 중요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대학입시는 논·구술 등 대학별 고사만 잘 대비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걱정이다. 수시모집의 경우 전형 유형이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업계획서 등을 요구하거나 수능시험 성적을 최저 학력 기준으로 적용하는 대학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대비도 함께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에 더해 수시모집에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수능시험 대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수험생의 입시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마저 든다.
수험생들의 부담이 가중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그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을까. 불안한 수험생들의 심리를 잘 헤아리는 학교 밖 교육(?)이 다시금 융성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교육방송>(EBS) 연계와 쉬운 수능시험 등으로 어느 정도 가시적 경감 효과가 나타나던 사교육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학교 교육은 더욱 약화될 수도 있다. 이는 최근 실시되고 있는 대학별 고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대학별로 출제 경향이 다를 뿐만 아니라, 자연계 문제의 경우 본고사에 준하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어 학교 교육만으로 대비하기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교육 당국과 대학, 일선 고등학교는 머리를 맞대고 좀더 길고 깊게 고민했으면 한다. 누구를 위한 대학입시 제도인지도 함께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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